정부가 지난해 청소기 흡입력 단위를 와트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지만 올 들어서도 이를 반영한 업체는 전무했다.
가전업계는 다음주 예정된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산업표준(KS) 제정에 주목하고 있다. 비록 KS가 강제성은 없으나 사실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부터 외국계 청소기 업체들이 흡입력을 파스칼 단위로 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왔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유통 중인 10개 무선청소기 가운데 중국업체인 △로보락 △샤오미 △아이닉 △아이룸 △틴도우 △디베아 등 6개 제품이 흡입력에 파스칼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흡입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진공도 단위라고 강조했다. 국제 표준도 무선청소기의 흡입력 측정 단위를 와트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은 여전히 기존 파스칼 표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무선청소기 일종인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출시한 △로보락 △드리미 △에코백스 △DJI 등이 모두 파스칼로 표기하고 있다.
제품별로는 ▶로보락 'S10 맥스V 울트라(MaxV Ultra)' 3만6000파스칼 ▶드리미 'X60 울트라·X60 마스터(X60 Ultra·X60 Master)' 3만5000파스칼 ▶에코백스 '디봇 T90 프로 옴니(DEEBOT T90 PRO OMNI)' 3만파스칼 ▶DJI '로모(ROMO)' 2만5000파스칼 등이다.
업계에서는 수만 파스칼을 내세운 표기 방식이 사실상 '마케팅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와트(W)는 '십'이나 '백'의 자리 수로 표시되는 반면에 파스칼(Pa)은 만 단위까지 숫자가 커진다. 결국 소비자가 제품의 흡입력이 실제보다 더 강하다고 오인할 수 있다.
문종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은)은 지난달 2026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파스칼(진공도)은 유량이 없는 막힌 상태에서 모터의 압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흡입력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매우 낮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1만 달러와 1000만 원을 두고 1000만 원이 더 큰 금액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은 단위 변경 계획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이다.
로보락은 지난달 26일 'S10 맥스V 울트라' 출시 행사에서 국내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고 자평하면서도 와트 표기 전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로보락 측은 "한국의 흡입력 표준 표기를 인지하고는 있다"면서도 "언제부터 반영할 수 있을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장유정 로보락 한국 마케팅·PR 매니저도 "와트와 파스칼은 환산 공식이 따로 없어 로보락 제품이 몇 와트인지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이라는 입장이다. 드리미 관계자는 "정부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본사에서) 표기 단위 변경을 위해 준비 중이지만 정확한 시기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표원은 이달 16일 지난해 예고 고시했던 KS 제정을 두고 기술 심의 회의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서 심의가 완료되면 곧바로 고시될 전망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산업표준 제정이) 비록 강제성은 없지만 성능 평가 방법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최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