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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화장품 '시궁창'시장서 대량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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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화장품 '시궁창'시장서 대량 유통
피부염증 피해제보 쇄도..식약청"샘플품 규제 법안 절실"
  • 정기수 기자 guyer73@csnews.co.r
  • 승인 2010.08.19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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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기수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정 모(여.40세)씨는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로션 샘플화장품을 구매했다. 샘플 화장품이 정품과 똑같은 성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비용 절약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화장품을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볼과 턱에 빨갛게 염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피부과를 찾은 정 씨에게 의사는 “세균이 모공 속으로 침입해 염증을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화장품이 변질돼 있었던 것. 

이처럼 샘플화장품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온라인 시장이 썩은 화장품 유통의 '시궁창' 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샘플 화장품 부작용 상담은 지난 2005년부터 급증해 한 해 약 300건씩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유통기한 경과한 샘플 판매가 원인  
  
최근 들어 샘플화장품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이유는 유통기한을 넘겨 변질된 제품들이 유통된다는 데 원인이 있다.

통상 화장품 샘플은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코리아나.한국콜마등 제조업체들의 수량 관리가 엄격해 판매업자가 대량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인터넷 상에서 판매하는 샘플화장품들은 판매업자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모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샘플 화장품은 판매용 제품과 달리 제조일자나 유통기한이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샘플화장품은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수백 개의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하고 있으며, 아예 샘플만 파는 화장품 쇼핑몰도 수십 개에 달한다.

하지만 현행 화장품법에는 샘플화장품 판매금지조항이 없어 샘플화장품 거래를 처벌할 수 없다. 또 샘플 화장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 받기도 어렵다.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는 “유통과정에서 샘플화장품에 문제가 생겨 클레임이 생길 경우 소비자는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할지 막막하게 된다”며 “현행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에 제조회사나 판매자에게 책임소재가 없어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품회사가 샘플화장품을 만들 때는 신제품 출시 등과 맞춰 일정한 양을 생산하며 유통기한 등 여러 가지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해 재생산하게 된다”며 “실제로 유통되는 샘플화장품은 유통기한이 경과돼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판매가 금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매금지 법안 국회 상정중    

샘플화장품의 피해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판매 유통되는 샘플화장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샘플화장품 불법판매를 금지하자는 의견을 제기해 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정선 의원(한나라당)은 지난해 4월, 샘플화장품 불법판매 금지 내용을 포함한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 의원은 “견본품이나 비매품 등을 소매상 등의 판매자들이 대량으로 수집하여 이를 판매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견본 등을 구입할 수 있어 시중에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제조일자나 유통기한 등을 알 수 없어 품질이 변질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발의한 ‘샘플화장품 판매 금지’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복지위의 여러 가지 법률안이 겹치면서 의사일정상 심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심사가 언제 될지 확답할 수는 없지만, 사안 자체가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식약청.화장품업계 '속수무책'

식약청도 처벌을 위한 근거 법률이 없기 때문에 샘플화장품 판매업자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샘플 화장품 금지가 빨리 통과돼야 화장품법으로 중재를 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단속을 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 샘플화장품을 돈을 받고 판매하는 행위는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샘플화장품은 구매 의사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본품을 구매하기 전에 자신의 피부에 맞는 지에 대한 사전 테스트와 함께,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기존의 제품과의 차이점 등을 비교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샘플화장품은 정상적인 오프라인 매장 등 유통경로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계속 유통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나 신뢰도에 타격이 갈 것으로 우려된다”며 “소비자를 위해 사은품으로 무료 증정되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샘플화장품 판매금지 법안 등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상 불법은 아닌 관계로 각 회사마다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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