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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없는 '닭갈비 볶음밥'...해도 너무한 '뻥' 광고, 소비자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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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없는 '닭갈비 볶음밥'...해도 너무한 '뻥' 광고, 소비자 부글부글
현행법상 이미지와 내용물 달라도 문제 없어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6.21 07: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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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갈비 볶음밥이라면서 닭고기는 어디에?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10일 편의점에서 '닭갈비 철판볶음밥'을 3900원에 구매했다가 내용물에 크게 실망했다. 큼지막한 닭고기가 가득 올라가 있는 포장지 사진과 달리 실제 구성은 밥과 볶음소스, 김자반이 전부였다. 김 씨는 "포장지 사진에는 닭갈비가 풍성하게 들어있고 제품명에도 닭갈비가 들어있는데, 눈 씻고 봐도 고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군대에서 먹었던 맛다시 소스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분개했다.
 
▲BGF푸드 닭갈비 철판볶음밥 포장지 이미지(왼쪽)와 김 씨가 개봉한 내용물
▲닭갈비 철판볶음밥 포장지 이미지(왼쪽)와 김 씨가 개봉한 내용물

# 사진은 고급 골뱅이인데 실제는 저가 골뱅이 서울특별시 중구에 사는 손 모(남)씨는 평소 즐겨 먹던 통조림 골뱅이 제품의 정체를 뒤늦게 알고 황당해했다. 올해 1월 마트 할인행사로 '골뱅이' 10캔을 구매하고 집에 돌아와서 한 캔을 개봉했는데, 평소 느꼈던 맛과 달라 자세히 살펴보니 내용물이 저가형 통조림에 사용되는 큰구슬우렁이였다. 그러나 캔에는 고급형 통조림에 사용되는 골뱅이가 이미지로 삽입돼 있었다. 손 씨는 "이미지와 내용물이 달라 사기나 다를 바 없는데 업체 측은 원재료를 정확히 표기했으니 문제없다는 식이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국립수산과학원 측은 제품에 인쇄된 이미지에 대해 큰구슬우렁이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놨다. 다만 골뱅이란 표현이 어떠한 특정 종을 지칭하는 게 아니어서 제품명이나 이미지로 문제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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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뱅이 원재료는 통조림에 삽입된 우렁이와 다른 큰구슬우렁이로 밝혀졌다
▲큰구슬우렁이 이미지(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
▲큰구슬우렁이 이미지(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

# 갈비탕 포장지에는 고기 수북한데 실제는 달랑 1개뿐 세종특별자치시 대평동에 사는 전 모(남)씨는 올해 4월 초 마트에서 가정간편식으로 나온 '갈비탕 500g'을 구매했다. 포장지에 삽입된 이미지에는 갈비가 수북이 담겨 있고 식사 분량도 2인분이라 적혀 있어 혼자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내용물을 냄비에 담아 보니 고기는 작은 한 덩어리 뿐이어서 고민 자체가 무색해졌다. 전 씨는 "제품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업체에 연락했지만 상담원은 정상적인 양이라고 했다. 포장지 이미지와 실제 내용물 간 괴리가 너무 커 사기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소비자는 갈비탕 내용물이 포장 이미지에 비해 지나치게 부실하다 지적했다 

# 피자치즈 늘어지는 호빵, 실제 갈라보니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피자 호빵'을 올해 1월에 마트에서 구매했다. 포장지 이미지에는 반으로 쪼갠 호빵 사이로 피자치즈가 길게 늘어지고 있어 향상된 품질을 기대했다고. 그러나 실제 반을 갈라보니 호빵 속 치즈는 이전 피자호빵 제품과 동일하게 살짝 발라진 수준에 불과했다. 김 씨는 "광고 이미지대로 빵을 만들든지 광고를 과장되게 하지 말든지 해야 하는 게 아니냐. 본사에 항의해 시정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상품은 그대로 판매됐었다"라고 지적했다.
 
▲▲SPC삼립 삼립호빵 발효미종 듬뿍피자 포장지 이미지(왼쪽)와 실제 호빵 속
▲피자 호빵 포장지 이미지(왼쪽)와 실제 호빵 속

가공식품들의 포장 이미지가 실제 내용물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돼 있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미지 속 제품은 먹음직스러운 데다 양도 풍성한데 막상 포장지를 뜯어보면 연출 사진과 판이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허위·과장 광고는 물론 사기 아니냐는 목소리까지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가정간편식(HMR)과 간식용 빵, 편의점 햄버거·김밥, 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뿐 아니라 피자, 떡볶이 등 즉석 조리식품까지 거의 모든 식품 카테고리에서 포장 이미지와 내용물이 지나치게 다르다는 불만이 다발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피자헛,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등 패스트푸드뿐 아니라 중소형 식품 브랜드에 대한 불만이 꾸준하다. 가정간편식 등이 늘면서 오뚜기, BGF푸드뿐 아니라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소비자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뜯어보지도 않고 포장 이미지와 내용물이 다르다는 것을 십수 년간 누적된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속는 셈 치고 구매했지만 예상보다 더 허접한 품질에 크게 실망하고 업체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포장 이미지와 동일한 제품을 팔든지 광고를 과장되게 하지 말든지 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게 소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제조업체에 전화를 걸어 시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에서는 내용물이 먹음직스러운 포장지 사진과 달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상 제품 앞면에 '연출된 이미지'. '이미지 예', '상기 이미지는 실제 제품과 다를 수 있다' 등의 문구만 표시하면 내용물이 겉면 이미지와 다르더라도 문제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이 기업들의 면죄부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공식품 업계는 경쟁 제품들에 비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이기 위해 실제에 비해 다소 과장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고 간극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기업 전반에서 경쟁 제품들을 의식해 실제 제품에 비해 더 먹음직스러운 이미지와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관련 고민을 지속하고 있고 제품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꾸준하지만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권익포럼 이은영 이사장은 "표시기준 개선에 대한 소비자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 기준에 대해 전반적으로 손질을 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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