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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잘못 설치해 위험한데 본사-대리점 책임 떠넘기기...출장·수리비 요구로 갈등 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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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잘못 설치해 위험한데 본사-대리점 책임 떠넘기기...출장·수리비 요구로 갈등 잦아
자격 갖춘 시공업자인지 확인 필수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3.06.14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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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마포구에 사는 권 모씨는 지난해 11월 린나이 대리점을 통해 설치한 가스보일러가 지역 도시가스 점검 기관에서 진행한 검사에서 '보일러 공기순환배관이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재검 판정을 받았다. 권 씨가 대리점에 항의했으나 관계자는 오히려 ‘우린 제대로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본사에서는 ‘설치 및 시공은 대리점에 위임했기에 책임이 없다’고 뒷짐졌다. 권 씨는 “가스보일러에 문제가 생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본사와 대리점 서로 책임이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면서 “보일러는 10년을 쓰는 제품인데 불안해서 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2. 서울 계양구에 사는 김 모씨는 이달 린나이 대리점을 통해 가스 보일러를 새로 교체했다. 그러나 기관의 안전 점검 검사 결과 연통 부분이 잘못 설치돼 재검사를 요청 받았다. 김 씨가 대리점 측에 항의했으나 되레 ‘수리비 5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보일러를 고치지도 못하고 업체 측 전화만 대기 중이다. 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긴장된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보일러를 설치한 후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상' 이유로 재검사를 요청 받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데 이 경우 업체서 출장비 수리비를 소비자에게 요구해 현장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가스 보일러를 잘못 설치하면 일산화탄소 노출 등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어 가스안전공사가 '완성 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배관이 잘못 설치되거나 규격에 맞지 않는 경우 사용 정지 및 재검사로 진단한다. 이를 이유로 재설치를 요청할 때 소비자에게 출장비나 수리비를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공식 대리점은 대부분 자격을 갖춘 시공업자들이 근무하며 고객 피해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도움을 청할 때 시공은 대리점이 담당한다는 이유로 뒷짐을 져 관리 책임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리점 외 사설 시공업체의 무자격 업자에게 설치 받은 경우 피해 구제를 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설치 기사의 과실로 보일러가 잘못 시공돼 가스안전공사의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비자 피해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으나 최근에는 린나이 관련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배관이 잘못 설치됐는데 배관 추가 설치비는 물론 출장비까지 요구 받았다는 불만들이다.

대부분 보일러 업체들은 지역마다 대리점을 두고 보일러를 판매하고 있다. 공식 대리점 대표들은 시공 전문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소속 기사들은 개인 사업자들인 경우가 많다.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 등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공식 대리점을 통해 시공한 후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1차적으로 시공을 진행한 대리점에서 책임을 진다.

린나이는 대리점 측 과실이 확실할 땐 무상 수리 등 조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동나비엔은 대리점에서 처리가 어려울 경우 본사 서비스 직원들이 이차적으로 방문해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귀뚜라미는 현재 대리점은 판매까지 담당하며 시공은 시공 자격증을 갖춘 전문 시공업 종사자 분들이 맡기고 있어, 시공 미흡으로 문제 발생 시 당연히 재시공을 진행할거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대리점의 시공 자격 여부를 확인하고 공식 인증을 부여하는 등 엄격하게 선정하고 있어 공식 대리점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수리비를 청구하는 등의 문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일러 시공 문제는 대부분 ‘사설 시공 업체의 관여 여부’라고 입을 모았다.

만일 사설업체를 통해 시공한 후 도시가스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제품 본사나 대리점에선 개입하기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시공업자가 무자격일 경우 보험에 미가입된 경우가 많아 적절한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린나이 관계자는 “도시가스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당장 사용이 어렵기에 사설업체가 시공했더라도 본사가 최대한 재시공을 도와주고 있다. 재시공 비용은 고객이 이용했던 사설업체에 청구하나 만일 사설업체와 연락이 닿질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보일러 시공은 최대한 공식 대리점 또는 자격증을 갖춘 설치업자를 통해 진행하는 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가스보일러 등 가스 설비를 시공할 때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안전성을 확인하는 ‘완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일 가스보일러가 잘못 설치돼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독으로 사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스보일러 등 가스기기를 설치하거나 이전·수리할 때는 반드시 시공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간 가스보일러의 설치 불량 및 기기노후, 결함 등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등이 발생한 사고는 모두 21건이었으며 인명피해는 46명에 달했다. 보일러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급·배기통 설치기준 미준수 및 배기통 연결부 이탈 등 배기통 관련 사고가 전체 가스보일러 사고 중 81%를 차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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