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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머리카락 뭉치, 곰팡이 범벅 천장...숙박앱으로 예약한 숙소 위생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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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머리카락 뭉치, 곰팡이 범벅 천장...숙박앱으로 예약한 숙소 위생 '충격'
청결 기준은 개인차...플랫폼 책임도 제한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3.06.2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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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에 사는 이 모(남)씨는 베트남으로 출장가며 호텔스닷컴에서 숙소를 예약했는데 위생 상태 때문에 분통을 터트렸다. 체크인 후 방에 들어갔는데 바퀴벌레가 여러 마리 나타났고 침구에서는 베드버그 흔적이 발견됐다. 이 씨는 호텔 데스크를 통해 호텔스닷컴서 환불요청이 오면 협조하겠다는 확답을 받고 호텔을 옮겼다. 하지만 귀국 후 문의 시 호텔스닷컴측은 호텔에서 대응이 없다며 보상 차원에서 1박을 제공하겠다고 해 갈등을 빚고 있다.
 
#2. 부산시 수영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야놀자 앱을 통해 부산 강서구 소재의 호텔을 예약했다. 그러나 숙박 당시 욕실 샤워기가 파손돼 있어 사용 중 상해를 입는 피해를 겪었다. 또 다음날 아침 호텔의 일부 층에서 페인트 공사를 진행해 다른 층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꼈다. 하지만 야놀자 고객센터에선 ‘숙박업소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해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3. 충남 아산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친구들과 여기어때 앱을 통해 서울 명동역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그러나 배정받은 방에 입실해보니 전 사용자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와 정리되지 않은 이불이 눈에 띄었다. 욕실 바닥에는 머리카락이 뭉텅이 진 채 떨어져 있었다. 숙소 측에 항의한 후 바뀐 방에선 전등이 안 켜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박 씨는 숙소 측과 여기어때 고객센터에 불만을 제기했으나 환불을 받지 못했다. 그는 “서울 구경 한 번 하자고 어렵게 시간 내 만든 자리를 망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4. 경기도에 사는 김 모씨는 지난 4월 에어비앤비로 서울에 있는 한 숙소를 방문했으나 위생 불량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냉장고에는 찌든 때가 묻어 있고 소파와 침구는 얼룩져 있었다고. 찬장에서 씻지 않은 컵이 발견됐다. 김 씨는 에어비앤비 환불 규정에 따라 청결 문제로 숙박이 불가능하니 환불해달라고 했으나 거절됐다. 김 씨는 "에어비앤비 환불규정에 포함된 사항인데 환불을 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5.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 모(여)씨는 야놀자앱을 통해 광주 하남에 위치한 모텔에 입실한 뒤 숙소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베개에선 악취가 났고 욕실에선 누군가의 머리카락과 휴지가 그대로 발견됐다. 방 천장과 창문은 곰팡이가 펴 있었다. 만 원을 추가해 배정받은 안마의자는 가죽이 벗겨져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이 씨는 숙소 측에 방 변경을 요청했지만 위생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아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숙박업체는 물론 야놀자 측도 환불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이 씨는 “숙소 상태가 별로라 숙박도 어려운 상황인데 환불이 어렵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숙박 예약 플랫폼을 통해 이용한 숙소가 위생 관리가 안돼 불쾌함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꼬리를 물고 있다.

입실 시 이전 이용자들의 사용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기물이 파손돼 있어 환불을 요구해도 거절 당하기 일쑤다. 대부분 숙소가 예약 조건으로 '당일 취소 불가'를 내세우는 것은 물론 개개인마다 청결 기준이 달라 명확한 환불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숙박 예약 플랫폼들도 숙소의 예약 중개를 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제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숙소 측과 합의를 조정하고 상황에 따라 예약 취소나 보상을 조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27일 소비자고발센터(http://m.goso.co.kr)에 따르면 숙박앱으로 예약한 숙소를 방문했다가 위생 및 시설 불량 등 이유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야놀자, 여기어때뿐 아니라 인터파크투어, 부킹닷컴, 아고다, 호텔스닷컴,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 등 모든 OTA업체들이 겪는 문제다.

피해 유형은 ▲이부자리가 정리되지 않음 ▲욕실에 머리카락, 휴지 등이 그대로 방치 ▲욕실비품 재사용 ▲방 천장이나 바닥 등에 곰팡이 등 다양했다. 

소비자들은 잠시라도 묵을 수 없다고 판단해 환불이나 대체 숙소 이용료를 요구하지만 실제 수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숙박 플랫폼에 도움을 청해도 대부분 중개업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숙박 플랫폼들도 이런 경우 예약 취소 및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숙소 청결에 대한 기준이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규정을 짓기에 무리란 설명이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영세한 숙박업소 같은 경우 침구류를 잘 세탁해도 얼룩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청결하지 못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며 “청결한 숙소에 대한 기준은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라 규정을 두기는 어렵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게다가 숙박 예약 플랫폼은 예약 중개의 역할만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업체들에 직접적인 패널티를 가하기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플랫폼 관계자는 “플랫폼 차원에서 숙박 취소 및 환불을 강행하거나 제재를 가할 경우 제휴점 입장에서는 소위 갑질로도 여겨질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다만 국내 숙박 플랫폼들은 업체와 고객 간 원만한 합의를 돕거나 경우에 따라 숙박 취소 및 보상 조치하는 등 고객 편의를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야놀자의 경우 대체 객실을 제공하거나 상황에 따라 숙박 예약 취소를 조율하고 있다. 또한 숙박 업체들과 소통하는 파트너센터를 통해 청결과 시설 관리에 대해 수시로 계도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어때도 제휴점 측에 협조 요청을 보내 객실을 바꾸거나 경우에 따라 숙박 취소를 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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