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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충전에 2시간 대기 일쑤, 인프라 확충은 언제?...인허가 문턱 낮추기 등 정책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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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충전에 2시간 대기 일쑤, 인프라 확충은 언제?...인허가 문턱 낮추기 등 정책개선 시급
충전 요금도 상승…소비자 불편에 수소차 시장 침체
  • 이철호 기자 bsky052@csnews.co.kr
  • 승인 2023.09.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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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에 사는 최 모(남)씨는 얼마 전 타오던 현대차 넥쏘를 처분하고 다른 차량으로 교체했다. 정부 지원금 덕택에 구매 비용이 저렴했고 승차감과 주행거리도 준수했지만, 수소 충전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마 씨는 "충전 대기가 밀릴 때는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던 데다가 충전소에 수소가 다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며 "전국에 충전소가 얼마 없다 보니 장거리 여행 때도 걱정거리가 많았다"고 이유를 전했다.

전기차·하이브리드차와 함께 대표적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수소차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충전요금도 상승해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수소차 시장을 홀로 책임지는 현대차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신모델 출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수소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에 마련된 수소차 충전소는 총 156곳으로 지난해 8월 대비 약 6곳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8월에는 전년 대비 약 60곳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인프라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하이넷(수소에너지네트워크), E1 등에서 수소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상업용 수소차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9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총 3만1476대로 수소차 충전소 1곳마다 200여 대의 수소차를 커버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수소차 구매 후 멀리까지 운전해 충전소를 찾아가서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수소차 충전 과정에서 오랫동안 대기하느라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다. [출처-네이버 카페 테슬라코리아클럽, 강동맘]
▲수소차 충전 과정에서 오랫동안 대기하느라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다. [출처-네이버 카페 테슬라코리아클럽, 강동맘]

수소차 충전업체 관계자는 "수소차 충전소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충전소를 구축할 때 여러 규제가 있고 인허가 사항도 까다롭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 역시 충전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기차와 달리 셀프 충전이 어려운 것도 불편사항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셀프 수소 충전을 금지해 왔다. 미국, 일본 등에서 셀프 수소 충전이 가능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셀프 수소 충전을 시범적으로 가능하게 했고 내년부터는 법 개정을 통해 수소차 충전소에서 운전자가 직접 충전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아직은 셀프 충전이 가능한 충전소가 3곳에 불과하고 관련 교육도 받아야 셀프 충전이 가능하다. 

수소 충전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9월 기준 전국 평균 수소 충전요금은 1kg당 9724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4.9% 상승했다. 현대차 넥쏘 수소차를 완충할 때 전년보다 약 7900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생산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 가격이 상승한 데다 물류비, 인건비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소 충전업계의 설명이다. 

소비자를 위한 수소 인프라 부족 속에 국내 수소차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수소차 개발과 판매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도 수소차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차 넥쏘를 비롯한 수소차의 올해 1~8월 판매량은 36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7.4%, 전기차는 4.5% 늘었다.

심재호 수원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에 아직 신규 수소차 모델이 출시되지 않은 데다가 수소차 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도 제대로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신차가 대거 출시된 전기차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2018년 첫 출시된 넥쏘의 뒤를 이을 수소차 개발을 준비 중이다. 수소차 고객의 편의를 위해 이동형 수소 충전소 등 충전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 이동형 수소 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내년에는 제주도에서도 운영할 계획"이라며 "수소차 기술 고도화와 안정화를 추구하는 한편 완성도를 높인 수소차를 향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수소차 충전소 구축 비용 지원, 연료구입비 보조금 지원 등 수소차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수소 생태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을 통해 인프라 확충을 지원해야 글로벌 수소차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과 교수는 "수소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비단 수소차뿐만 아니라 수소 산업 전반에서 명확한 로드맵과 뚜렷한 정책을 기업에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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