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멜라민 분유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분유에 대한 검사가 뒤늦게 시작돼 아기 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더구나 국내 분유업체들은 제품 겉면의 원산지 표기란에 `수입산'이라고만 단순하게 적고 있어 국내 아기 부모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1일 국내 분유시장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는 남양.매일유업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분유 제품의 원료로 원유 60%, 유청분말.유당 20%, 그밖의 유단백 등 기능성 성분 20% 가량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성분의 원산지에 대해 두 업체는 모두 원유는 국내산 원유를 쓰고 있지만 유청분말 등 다른 성분들은 해외에서 수입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경우에는 유청분말과 기타 성분을 핀란드,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매일유업은 유청분말은 핀란드와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유단백 등 기능성 성분은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업체들은 분유 제품의 캔 겉면에 원산지를 `수입산'이라고만 적고 있으며, 자세한 국가명이나 구체적인 성분 함량 등은 전혀 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현행 제도상 수입국가가 여러 나라일 경우 일일이 다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럽 국가 중에서도 수입처가 바뀔 수 있는데 매번 포장 용기를 바꾸게 되면 비용 문제도 있고 해서 그간 이렇게 표기해왔다."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역시 "현행 제도에 따라 표기해온 것인데 중국산 멜라민 파동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최근 관련 문의가 급증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업체들은 이어 "최근 소비자 문의가 급증하는 등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앞으로 원산지 표기를 보다 상세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들의 이 같은 모호한 원산지 표기와 함께 국내 분유제품에 대한 정부의 검사가 지난 25일에야 시작되면서 아기 부모들은 국내 분유에도 중국산 원료가 함유돼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20여일째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중국산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나 공인된 기관의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들이 업체들의 해명을 믿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된 과자 제품은 어린이들이 많이 먹기는 하지만 멜라민 함유량이 적고 대체재도 많아서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아기 분유는 달리 먹일 게 없는 데다 멜라민 영향이 치명적이어서 부모들이 갖는 공포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분유의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농식품부임에도 최근 과자 등 가공식품에 대해 멜라민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 홈페이지에 국내 분유에 대한 멜라민 검사를 조속히 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생후 4개월 된 아기를 두고 있는 회사원 김모(28.여) 씨는 "국내 분유는 안전하다고 하는데 제품에는 수입산이라고만 표기돼 있어 믿을 수가 없고, 아기가 먹는 게 분유밖에 없는데 나쁜 성분이 들어가 있을까 봐 너무 불안하다"며 "정부가 검사를 한 시라도 빨리 시행해서 답답한 마음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