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은 4중고?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아닌 대기업 임원들이라는 역설이 떠돌고 있다.
논지는 이렇다.
40~50대 중장년층인 이들은 우선 자녀들을 외국에 보낸 사람이 많다. 환율이 폭등하다보니 유학비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유학을 계속해야 하나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갈림길에 든 사람들도 많다.
두 번째 이들중 펀드 계좌 안 가진 사람이 없다.
1~2년전만해도 은행 정기예금의 실질금리는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월급타서 꼬박꼬박 은행 정기적급 붓는 사람은 ‘팔불출’이었다. 모험심이 강한 사람은 주식을 직접 샀고 보수적인 사람은 그래도 위험분산이 예상되는 적립식 펀드에 올인했다.
지금 주식은 반에 반토막, 펀드는 반토막이 됐다.
여유자산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세 번째 고통은 대출이자다. 부동산 가격이 날로 치솟자 매달 현금 유동성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이들 대기업 임원들은 대출을 내 강남등 버블세븐에 과감히 투자했다.
워낙 저금리 시대여서 대출이자를 감당할 여력은 충분했다.
3~5년 대출 이자를 물어가며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넘기면 명실공히 한국의 자산가 그룹에 편입할 수있을 거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버블 세븐의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고 이자는 천정부지로 올라 버렸다.
임원 월급을 태워도 대출이자 갚기에 허덕이는 형편이다.
이사회의 가장 안정된 중산층으로 남부러울 것 없던 이들 계층이 하루 아침에 ‘쪽박’ 을 들게 된 셈이다.
그러나 마지막 4중고가 남았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마지막 보루였던 ‘자리’가 불안정해졌다.
임원은 ‘임시 직원’이란 우스개 소리가 현실이 될 판이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이 4번째 고통은 현실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쿠르트가 직장인 16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절반이 최근 금융위기로 감원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감원불안이 가장 심각한 계층은 연령으로는 40~50대 중장년층, 학력별로는 대졸이상의 고학력층, 기업형태로는 외국계나 중소기업보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종사자였다.
이 카테고리에 딱 맞춘 듯한 계층이 바로 대기업 임원들이다.
대기업 임원들의 4중고는 우리사회 중산층의 또 다른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10년전 IMF는 중하위 서민들을 강타했고 자영업 중산층의 몰락을 불러왔다.
10년후 오늘의 금융위기는 직장인 중산층에 비수를 겨누고 있다.
IMF로 한국의 중산층은 ‘반토막’됐다. 이번 금융위기로 ‘반의 반토막’이 되는 것은 아닌지...
대기업 임원들의 잠 못이루는 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