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에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면서 기업들의 투자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과 소비수요 급감 등으로 인해 주요 원자재 가격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원자재 수입국이나 자동차 운전자 등 수요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문제는 하락의 원인이 경기 침체에 있는 데다 극심한 생산활동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24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지수가 이달 들어 33%나 폭락해 지난 1970년 이후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주간으로 4주 연속 하락했고 동(銅)은 3년래 최저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그나마 안전자산으로 선호돼 매수세가 유입됐던 금도 `현금이 왕'이라는 인식에 따라 급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7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WTI)원유는 전 주말 종가보다 86센트(1.3%) 떨어진 배럴당 63.29달러에 거래됐다. WTI 가격은 이날 한때 배럴당 61.30달러까지 떨어져 작년 5월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국제유가는 지난 7월11일 기록했던 최고치인 배럴당 147.27달러보다는 57%나 폭락한 것이며 1년 전과 비교해도 31%나 급락한 수준이다.
뉴욕 MF글로벌의 마이클 피츠패트릭 에너지담당 부사장은 "모든 증시가 하락하면서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폭락의 소용돌이를 당장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3개월물 동 값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주말보다 129달러(3.2%) 떨어진 t당 3천659달러에 거래됐고 알루미늄 가격도 1.6% 하락했다. 니켈도 5%, 납은 6% 하락했다.
6개 금속으로 이뤄진 LME지수는 지난주에만 15% 이상 하락했고 주요 예측기관들은 내년 원자재 수요와 가격 전망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도 런던시장에서 현물가격이 온스당 722.38달러로 전주말보다 12.37달러(1.7%) 하락해 `안전자산'으로서의 선호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백금도 온스당 56.25달러(7%)나 하락한 744.25달러에 달해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석탄 선물은 작년 10월이후 처음으로 100달러선 밑으로 떨어졌고 도쿄에서 천연고무 선물 가격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으며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옥수수 가격은 21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하락세가 지속되자 메릴린치는 이날 내년 동 가격 전망을 41%나 하향 조정하고 알루미늄은 19%, 니켈은 36%, 백금은 42%나 낮추는 등 추가 하락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브뤼셀 소재 로비단체인 유로퍼는 "앞으로 유럽연합(EU) 철강시장은 일시적인 불안정과 공급초과의 시기로 진입할 것"이라면서 "내년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며 하락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