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장동의 주부 박모씨는 멜라민 파동등으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쇼핑시 포장 뒷면에 있는 식품 표기사항을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글씨가 워낙 작아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암호같은 용어들로 가득차 있어 읽어도 '해독'이 전혀 안된다.

도대체 원료가 뭐고 어떤 첨가물이 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박씨는 "오뚜기.농심.삼양식품.대상.롯데제과.해태제과.오리온.대상 등 거의 모든 식음료업체들이 표기를 한 것으로 책임을 빠져 나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들은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알기 쉽게  표기하는 방법이 없냐?"며 답답해 했다.

박씨는 "이들 기업들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식품 표기에 붙어 있는 성분으로 시험 문제를 만들어 테스트를 할 경우 평균 몇 점을 받을지 궁금하다"라며 "돋보기 없이 읽기 어려운 깨알 글씨를 맨 눈으로 읽을 수 있는지 없는지 노안 검사도 해 보면 재미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식품 구입시 식품표시를 꼼꼼히 읽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보제공을 위한 '식품표시'가 일반 소비자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표기로 돼있어 '무용지물'이라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식품영양학 전공자가 아니면 전문용어 사전을 손에 들고 해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유통기한에서 부터 원재료, 내용량, 보관요령까지  식품표시의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해 정보 전달의 가치는 떨어지고 오히려 혼란을 주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어요

대표적인 경우가 원산지 표시와 성분 표시등을 한꺼번에 표기하는 경우다.

복합원재료를 이용하는 카레의 경우 "카레분11.4%[강황(인도산)31.95%. 코리안더(모로코산/캐나다산), 쿠민, 훼누그릭, 휀넬, 로즈마리0.88%, 월계수잎 0.88%]로 기재되어 오히려 성분 함유량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용어가 너무 어려워요

식품관련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전문용어 사용으로 소비자를 당황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중에 유통중인 한 음료에는 30°Bx라는 표기가 있다. 여기서 °Bx(brix)는 당도를 표시하는 용어로 30%의 당도를 가졌다는 의미다. 통조림류에 주로 쓰이는 '카라기난'은 식품의 물성 및 촉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품첨가물의 한 종류.

이 밖에도 쌀겨기름인 '미강유', 조미료의 의미인 '시즈닝'도 소비자들이 어려워하는 용어지만 식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이해와는 관련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표시내용이 보이지 않아요

표기 글자의 색상이 바탕면의 색상과 유사해 내용을 읽기 어려운 경우나 크기가 작은 포장재에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기재된 경우에도 내용파악이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해서는 식품업체들이 보다 이해하기 쉬운 표기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