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 핵실험을 실시함에 따라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미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폭탄 제조를 기정사실화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는 최근 미 국방당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에 포함시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한국 정부의 주장대로 `단순 실수'가 아니라 미군 당국의 종합적이고 철저한 분석에 따른 결론일 수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게이츠 장관은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 최신호(2009년 1.2월호)에 기고한 `균형잡힌 전략(A Balanced Strategy)' 제하의 글에서 "북한은 여러 개의 (핵)폭탄을 제조했고, 이란은 핵클럽 가입을 추구하고 있다(North Korea has built several bombs, and Iran seeks to join the nuclear club.)"고 밝혔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방예산 증액 및 군사력 증강, 이른바 `불량국가' 및 테러집단들의 화생방무기를 이용한 공격 가능성 등 현재 미국이 처한 안보 상의 도전들을 언급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물론 게이츠 장관은 북한이 제조한 핵폭탄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인지 등 북한의 핵능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의 책임있는 인사가 북한 핵폭탄 제조를 단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을 지냈고,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서도 국방장관에 유임됐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나온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주목된다.
앞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7월23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고 있을 때 북한은 핵무기 8개를 개발했고.."라며 북한의 핵무기 수를 언급했었다.
하지만 당시 오바마 당선인은 상원의원 출신 대통령 후보로서 국가일급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핵무기 8개' 발언은 이목을 끌지는 못했다.
한.미 양국 정부당국자들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북한이 아직 핵폭탄을 만드는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했으며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해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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