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의도
1999년, 스님이 되기 위해 엄격한 수행을 시작했던 307명의 행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행자교육원을 통해 스님이 되기까지 21일간의 기록이 최초로 MBC스페셜을 통해 방송되었다.
▲ MBC ‘스페셜’ ⓒMBC
당시 행자교육원에 모인 행자들의 사연은 모두 달랐다.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종교학 석박사를 했다는 지식인, 불교에 관심이 있어 입국했다가 한국 비구니 스님들의 삶에 감격해 출가했다는 캐나다 여성, ‘백척간두 끝에서 한바탕 춤추어 보세’ 라는 법문을 알아보고 싶어 출가했다는 여대생, 교사 출신 48세의 늦깎이 등. 올해는 조계종 행자교육원 18기 졸업생들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출가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10년을 공부한 스님들은 지금 무엇이 되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10년 수행 끝에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 때,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스님들을 통해 우리 삶의 본질을 생각해 본다.
▶ 주요내용
1. 캐나다에서 온 생화학박사 자은스님
“마음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힘들고 외롭고.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바로 수행이 되는 거예요” -자은스님-
행자교육원 당시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자은스님. 캐나다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생화학박사였던 그녀는 자신의 연구로는 질병을 고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고통은 치유할 수 없다고 생각,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기 위해 출가했다.
낯선 땅에서 외국인 스님으로서의 삶은 어땠을까. 4년의 강원시절에는 40여명의 스님들과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해야하는 불편함도 있었고, 한문으로 된 경전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도 느꼈다. 힘들다고 생각한 일들은 수행을 하면서 모든 문제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 우리 마음 공부해야 돼요. 이 마음이 뭔지 직접 봐야 되고, 깊이 보면 우리 모든 것이 마음에서 생기는 거예요. 행복하는 것도 어디에요? 다 마음이에요.”
자은스님은 깨달음을 얻은 후 캐나다에서 한국 불교를 알리는 사원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다. 그 동안 대중들에게 받은 사랑을 한국에 돌려주고 싶다는 자은스님은 10년을 지나오면서 한국말도 잘하게 되어 수행하며 깨달은 ‘마음’에 대한 설법도 하게 됐다.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모두 ‘마음’에 있다는 자은스님. 캐나다의 생화학박사에서 한국의 비구니스님이 되기까지...10년 동안 마음공부를 통해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2. 미국 캠퍼스에서 만난 혜민스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나 신도님들과 함께 하는 것이나 그리고 제 마음을 바라보는 것은 하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혜민스님-
하버드 대학원를 마치고도 학문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출가했다던 행자는 10년 후, 미국에서 교수가 되어있었다. 한국 승려로는 최초로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된 혜민스님은 미국학생들에게 동양종교를 가르치고 있다. 교수일도 바쁜데 수행은 언제 할까? 혜민스님은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마음이 표출되고 관찰하는 게 많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하는데... 혜민스님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3. 군대에서 만난 지용스님
“군대처럼 살생을 하고 위협적인 단체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같이 산다는 것 자체가 고민이 되고 갈등을 느끼는 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안에도 불자들이 있기 때문에 외면할 수는 없는 거죠.” -지용스님-
종교활동 시간이 되면 사단 본부 법당에는 장병들이 많이 모인다. 법회를 진행하는 군종스님 구윤호 대위의 설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방황하고 헤맬 때 빛이 돼 주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군법사의 길을 선택했다는 지용스님. 군대라는 특수한 곳에서 스님으로 생활하며 수행 중인 군법사 스님이 10년 동안 설파한 불법은 무엇인지 들어본다.
4. 선방에서 만난 혜산스님
“제일 어려운 길이지 않았나. 어려운 공부도 내 머릿속에 있는 글도 빼 버리고 몇 년을 학문 속에 파묻히면서 다 거쳤는데, 이쪽에 와서 난간에 딱 부딪히고. 역시 아무나 스님의 길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혜산스님-
마흔 여덟 늦깎이 출가자였던 혜산스님은 이번겨울 한철을 참선을 수행하는 선방에서 지냈다. 하루 8시간에서 16시간까지 좌선을 하며 화두와 싸운 100일간의 동안거였다. 지난 10년 동안 아들, 조카뻘 되는 스님들과의 생활을 견디지 못해 강원(승가대학)을 세 번이나 뛰쳐나오기도 했다는데... 번뇌와 망상을 없애는 마음공부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5. 캠퍼스에서 만난 희용스님
“절에서는 스님으로서 봐주고 스님으로 대접해줬는데... 학교에 가면 사람들이 스님에 대한 예절도 몰라요” -희용스님-
사찰문화재의 보존에 대해 배우고 싶어 전통건축학 공부를 시작한 희용스님. 이로써 지금까지 대학만도 세 번째다. 속세의 대학교라는 공간은 계율을 지켜야하는 스님에게는 생활하기도 불편하고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학생들과 공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배움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6. 새로운 인연을 만나다.
출가 하면서 속가의 이름도, 나이도, 사랑하는 인연도 모두 버렸다.
그러나 지난 10년은 새로운 인연도 만들어 주었다.
“처음 봤을 때 기절할 정도였는데... 어차피 그 길로 걸었으면 큰 스님이 되어야지.나도 뒤에서 같이 해줘야 되겠다.” -다문스님 어머니-
시골 살림에 외동딸을 대학까지 공부시켰던 어머니. 편지 한 장 남기고 가출했던 딸은 스님이 되어 돌아왔다. 어머니는 일 년 동안 찾아와 집에 가자며 애원했다. 어머니를 그토록 애태웠던 딸은 스님과 신도의 인연으로 다시 만났다.
부모와의 인연을 끊는다는 것이 스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1000일 동안 바깥외출 없이 기도중인 다문스님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
“잊고 살았어요. 행자 때의 설렘과 기대를... 행자님의 모습을 보고 설레던 마음, 기대했던 마음을 다시 새기게 되더라고요” -홍법스님-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소중한 인연. 홍법스님은 출가 10년 만에 사제를 만났다. 10년 전의 자신처럼, 같은 길을 걷게 될 행자가 애틋하다. 행자 머리를 깎아주고 바랑을 직접 싸주면서 행자교육원에 보내기까지... 홍법스님은 행자를 만나면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설렘과 초발심을 떠올려본다.
▶ 제작진
기획 윤미현
연출 조능희
작가 윤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