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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는'무조건 무죄'~밥통아~네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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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는'무조건 무죄'~밥통아~네 잘못이야"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09.05.06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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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전기밥솥 업체들은 소비자 탓만 하네요. 하자 없는 완벽한 제품을 두고 소비자가 억지를 부린다는 건지, 무식해서 제대로 사용을 못한다는 건지?”

주방가전 필수품인 전기밥솥에 대한 소비자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내 솥 부식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분류해 무상AS기간을 단축하는가 하면, ‘지나친 밥 눌음 현상’,‘원인모를 고장’등 다양한 제품하자를   ‘소비자 부주의’로 밀어부치는 배짱도 두둑하다.

소비자들은 매일매일 사용해야 하는 밥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 고철덩어리가 돼버린 밥솥을 안고 시간만 흘려보내다 결국 새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피해를 겪기도 한다.

▶‘먹통’된 밥솥...고장원인은 없다?!

구리시 토평동의 손 모(남.37세)는 지난 2월 아파트 입주를 기념해 친구로부터 웅진쿠첸 전기밥솥을 선물 받았다.

사용 첫 날 열감지 센서에 에러메시지가 뜨면서 사용이 중단됐다. 첫 사용에 바로 문제가 생기자 손 씨는 환불을 요청해 실랑이 끝에 상위모델 제품으로 교환받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초 집들이를 위해 밥을 하던 중 또 다시 동일한 에러가 나타났다. 취사 버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에러메시지가 떴다. 초기화해 작동해도 상황은 마찬가지. 

결국 손님들이 도착하도록 밥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부랴부랴 가까운 친구 집에서 밥솥을 빌려와 겨우 행사를 마쳤다. 이후에도 에러는 반복됐고 결국 AS센터에 접수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며칠 후 AS담당기사로부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화가 난 손 씨가 “집들이에 왔던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제품이상을 확인했다. 문제없는 제품을 AS의뢰할 만큼 할 일 없는 사람인 줄 아느냐”며 실랑이를 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손 씨의 환불요청에 본사 측은 이전처럼 다른 제품으로 교환을 안내했다. 하지만 손 씨가 구입한 모델이 아닌 타사 제품을 안내해 더욱 감정만 상하게 됐고 소비자와 업체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

손 씨는 “분명히 하자가 있었던 제품을 아무 문제없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다. 소비자 모르게 수리하고 이상 없다고 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두 번씩이나 동일한 문제가 생겨 이미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 전 제품보다 오히려 아래 등급의 제품으로 교환을 제시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부방테크론 관계자는 “소비자의 말처럼 열감지기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센서가 작동해 ‘HOT'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라며 “주로 취사상태에서 취소키를 누르거나 핸들부분을 강제로 돌리는 등으로 정상적인 취사가 어려울 경우 이런 에러메시지가 뜬다”고 설명했다.

▶“밥 눌어붙는 건 정상 기능~”

서울 잠원동의 노 모(남.49세)씨는 지난해 11월경 쿠쿠 전기밥솥을 구매했다.

평소 바쁜 생활 탓에 '예약취사‘를 주로 이용했던 노 씨는 타사 제품과 비교될 정도의 지나친 ‘밥 눌음’현상 때문에 구입 일주일 후 업체 측으로 제품 확인을 요청했다.

업체 담당자는 "예약취사 시 ‘멜라노이징 현상(미세 밥 눌음. 쌀알이 오랜 시간 침전되면 내 솥 바닥에 미세 전분이 가라앉아 발생)'이 나타나는 것이며 문제될 게 없다. 타사제품 또한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업체들의 제품을 이용하면서도 한 번도 이런 증상을 발견하지 못한 노 씨는 업체의 대답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계속되는 노 씨의 이의제기에 담당자는 “잡곡이나 물 양등의 차이로도 멜라노이징 현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더욱 분명이 했다.

노 씨는 “제품에 문제가 없다면 눌지 않는 제품으로 교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담당자는 “제품 특성이라 동일한 취사 조건으로 눌지 않는 제품은 없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노 씨는 “업체는 계속 제품 특성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건 억지다. 인터넷 상에도 눌음정도가 심하다는 평가 글들이 적지 않다. 제품불량임을 인정하는 것이 소비자에 대한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30년의 역사를 가진 전문업체로 품질을 자신한다. 소비자가 지적하는 부분은 ‘예약취사’시 발생하는 고유의 특성이지 제품이상이 아니다. 제품 사용설명서에도 이 내용은 기재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노 씨는 업체 측 주장에 대해 “밥 짓기 등은 습관적인 패턴이 있는데 매번 다른 환경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억지 주장이다. 이전 제품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사용한 후의 결과”라며 반박했다.

수리할수록 기능 ‘뚝뚝’

경북 포항시의 원 모(여.36세)씨는 지난 달 노비타의 ‘필다임 진공 압력밥솥’을 구입해 사용하다 며칠 만에 밥솥 뚜껑의 진공 흡입구에 녹이 슬어 있는 것을 발견해 AS를 요청했다.

AS센터에서는 녹슨 뚜껑을 교체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자재가 없어 본사에 요청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주일간 기다리라는 답신을 보냈다. 원 씨는 '1주일만...'하며 참고 견뎠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고 업체 측은 다시 날짜를 미뤘다.

며칠 후 뚜껑을 교체 받았지만 취사도중 수증기가 계속 빠져나오는 증상이 발생해 밥을 지을 수가 없었다. 다시 AS를 요청하자 기사는 ‘밥솥 압력 배출 시간을 알려주는 센서불량”이라고 안내했다. 이전에 없던 증상까지 덤으로 추가된 셈.

담당기사는 “밥솥을 분해해 수리해야 한다”며 다음날 인도를 약속하고 수거해갔다. 하지만 아무 연락도 없이 AS일자는 하루하루 늘어났다.

참다못한 원씨가 서비스 센터에 “소비자와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 어떻게 늦는다는 한마디 안내조차 없냐”며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야 밥솥을 가져다줬다. 사전방문에 대한 안내 한마디 없이 긁힌 자국이 선명한 지저분한 외관에 밥을 지은 흔적이 하얗게 굳어 있는 제품을 슬쩍 놔두고 가버렸다.

화가 난 원씨가 담당자에게 항의했지만 형식적인 사과의 말뿐이었다. 게다가 밥솥은  정상작동은 커녕 취사 시 소음만 더 심해져 있었다. 더 이상 AS를 요청하고 싶지 않았던 원 씨는 본사 측으로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본사 담당자는 “밥솥 외부 파손은 보상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씨는 “노비타 측은 소비자와의 약속이나 AS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다. 구입한 잘못으로 소비자가 이런 상황을 다 참아야 하냐”며 억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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