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강민희 기자] "다단계 생활 3개월, 1300만원 빚만 안고 인생 쪽박 찼어요"
부산 사하구의 민 모(여, 26세)씨는 지난 여름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에게 이끌려 따라간 다단계회사에 빠져 1300만원의 빚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 것.
최악의 취업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다단계 올가미에 빠져 사회 첫발부터 인생고에 시달리고 있다.사회 경험이 없고 취업이 어려운 이들에게 '큰돈을 벌수있는 사업'이라고 현혹해 빚더미에 올라 앉게 하는 것.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현재 다단계판매사업자는 총 68개로 전분기보다 2개 사업자가 증가했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다단계.피라미드 회사들의 '인간 사냥'영업방식과 조잡한 상품 품질과 턱 없이 비싼 가격에 대한 제보와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한국암웨이.하이리빙등 일부 선두 회사를 제외한 여러 회사들에 대한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업체 수가 2008년 이후 경기불황으로 다소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올들어 실업증가 등의 영향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
특히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이 다단계 회사들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대학생들의 다단계판매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7명 중 1명은 다단계 판매업체와 접촉한 적이 있고 일부는 강요에 의해 물품을 구매한 뒤 금융채무불이행(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을 권유 받은 대학생 중 17.5%가 실제 가입해 물건을 구매했다. 이들 중 24.6%는 가입비나 물건구입을 강요당했고 31.8%는 강요에 의해 합숙이나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단계 제안을 받았을 경우 업체가 공제조합에 등록 되어있는 지는 확인하고 교육이나 합숙을 강요할 경우 탈퇴의사를 밝히고 지인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에 빠져나올 것을 권고한다.
제품을 구매했을 시에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 구입 3개월 내에 청약철회를 요구하라고 덧붙였다.
# 사례 = 1 부산 사하구의 민 모(여, 26세) 씨는 지난 해 8월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친구는 일자리를 찾던 민 씨에게 “직장을 구해주겠다”고 권유해 함께 한 회사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 곳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세미나를 듣고 있었다. 상위 사업자에게 회사 광고, 판매방식 등에대한 설명을 들은 뒤 '큰돈을 벌 수있다'는 달콤한 권유에 이끌려 계약금 10만원을 내고 돌아왔다.
이어 3일 동안 세미나를 들은 뒤 정식 회원으로 가입해 한 쇼핑몰 당 450만원씩 총 3개를 분양받아 1300만원 가량의 돈을 냈다. 너무 많은 비용에 망설이자 회사에서는 대출을 알선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민 씨는 빚을 내 ‘다단계’에 빠지게 됐다. 겉보기엔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이불 등을 파는 것이었지만 회원을 모집해 오면 계급이 올라가 수당을 더 받는 전형적인 ‘다단계’회사였다.
통장까지 보여주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했지만 정작 민 씨에게 돌아온 돈은 30만원 안팎. 3~4개월 지나 정신이 들었지만 이미 청약철회시기가 지난 후였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빚이 그대로 남아 쪼들리고 있는 민 씨는 “이 사업을 안 하면 바보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게끔 매일 세뇌교육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달콤한 말로 현혹해 한 사람의 인생을 구렁텅이에 처 넣는 이같은 피해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 사례 = 2 경기도 양주의 강 모(여, 24)씨는 대학에 다니고 있던 2년 전에 친구가 “좋은 강의가 있다”며 강 씨를 데리고 한 회사 강의장으로 갔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간 그는 사업 관련 설명을 들었다.한참 강의를 진행 하고 나서 회사측은 10만원을 내면 가입이 되고 50만원을 내면 ‘사장’이 될 수 있다고 유혹했다.
'큰 돈을 벌수있다' 고 모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해 처음에는 '한 번 해볼까’ 하는 유혹도 받았지만 당장 돈이 없어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나왔다.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서 전형적인 ‘다단계사기’사업이라는 얘기를 듣고 강 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 씨는 “그 곳에 들어가서 강의를 듣고 있을 때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돈을 벌 욕심으로 흔들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