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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줌마들이여, 자유롭고 대담한 밤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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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줌마들이여, 자유롭고 대담한 밤을 즐겨라!
뮤지컬 ‘걸스 나잇’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5.2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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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아니타’, ‘리자’, ‘케이트’ 4명의 친구들은 17세에 오토바이 사고로 생을 마감한 절친한 친구 ‘샤론’의 딸 ‘캔디 로즈’의 약혼식을 축하하고자 여자들만의 밤을 즐기기 시작한다. 열일곱의 꽃다운 모습 그대로 날개 단 천사로 등장하는 ‘샤론’은 친구들의 과거지사를 관객에게 속속들이 설명해준다.
4명의 여자 친구들이 나누는 걸쭉한 수다와 죽은 친구의 정겨운 내레이션.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가? 미국의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그리고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와 절묘하게 닮아있는 ‘걸스 나잇’은 많은 여성관객들에게 ‘제2의 맘마미아’라는 평을 받고 있다.

- 아이들은 모르는 엄마들의 과거, “우리도 꽤 잘 나갔었다고~”

4명의 여자 친구들은 어릴 적부터 한 동네, 한 학교에서 사춘기와 성숙기, 연애와 결혼, 이혼의 아픔까지도 함께 나눈 그야말로 ‘절친’이다. 때로는 시기와 질투로 유치한 장난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상처조차 수다의 소재가 될 만큼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지독한 파티광이며 한번 술을 마시면 끝을 보고야마는 ‘터프 걸 캐롤’, 어린 시절 우울증과 왕따 경험이 있어 현재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지만 간혹 무섭게 돌변하는 ‘큐트 걸 아니타’, 부자 남편과 결혼해 돈과 남자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 남편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섹시 걸 리자’, 캐롤의 동생이자 학교 선생님으로 조용한 삶을 사는 ‘샤이 걸 케이트’까지 각각의 주인공들은 너무나도 다른 성격과 삶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우정이 끈끈한 이유는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천사가 되어 친구들의 주변을 맴도는 ‘샤론’이 17세의 나이로 갓 낳은 딸 ‘캔디’를 두고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2년이나 지났음에도 친구들은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며 추억하고 있다. 이들이 친딸 같은 ‘캔디’를 기다리며 펼치는 가라오케의 파티는 중년의 어머니 모임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녀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 새빨간 부스에 앉아 보드카를 따라 건배를 하며 지나간 이야기를 나누고 애창곡을 열창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고 과거의 어떤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 복고풍 무대 위에 익숙한 멜로디, 가창력 있는 배우들의 노래자랑

그녀들의 밤무대는 반짝이는 조명과 네온사인이 드리워진 가라오케다. 무대 중앙 상단에는 천장에 닿을 듯 말듯 ‘샤론’을 세상에서 떠나게 했던 스쿠터가 놓여있다. 주인공들의 의상은 흡사 80년대를 옮겨놓은 듯 우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더구나 그녀들이 마이크를 잡고 부르는 노래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귀에 익은 넘버들이다. 치열한 오디션과 오랜 연습기간을 거쳤던 만큼 배우들의 무대매너와 가창력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이고 어디까지가 대사인지 구분하기 힘들만큼 연기도, 넉살도 좋다. 그러나 한편으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이 극 속에 녹아들지 않고 각각의 장면에서만 빛을 발하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 부끄러울 것 없어 더욱 거침없는 ‘아줌마표 개그’, 애들은 가라.

유쾌한 4명의 주인공들은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한다. 다소 과감한 성적표현까지 여과 없이 들려주는 그녀들의 수다에 당황하는 관객, 내심 즐거워하는 관객 등 다양한 반응이 흘러나온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호탕하게 웃어대는 그녀들의 모습 또한 아줌마 그 자체이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노래에서 ‘명랑소녀!’를 연발하는 중년여성 관객들의 몸짓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어린 어른들은 모르는, 그들만을 위한 웃음코드와 수다거리들로 가득한 뮤지컬 ‘걸스 나잇’.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조금의 수치심만 버린다면 즐거운 수다 한마당의 자리가 될 것이다. 여성들이여, 과감하게 이 밤을 즐기자.

[뉴스테이지=홍애령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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