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은 오랫동안 한국 공연계를 석권해왔다. 훌륭한 흥행성적으로 이름을 날린 많은 작품들은 대부분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었고, 배우들과 스텝들의 필모그래피를 충실하게 채워준 것도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격거품과 작품성에 대한 논란 등이 제기되며, 최근 부쩍 성장한 창작뮤지컬의 기세에 주춤한 것도 사실이다. 본 기사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공연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공연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암을 나누어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을 만드는 공연 종사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객들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조심히 제언해보았다.」(메인사진_뮤지컬 ‘캣츠’ 중)
- 해외라이선스 뮤지컬, 한국 공연계의 성군인가 폭군인가?
1. 해외라이선스의 거품, 가격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주변 사람들이 ‘오, 문화비로 돈 좀 쓰는데’ 하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많게는 18만원에서 싸게 봐도 4-5만원은 하는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의 이미지이다. 물론 싸게 볼 방법은 있다. ‘티켓링크’와 ‘인터파크’에서는 그날그날 판매되지 않은 티켓을 50%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홍보 마케팅의 일환인 프리뷰 할인 외에도, 티켓 판매량의 상황에 따라 실시되는 30%가 넘는 할인이나 초대권 이벤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초·중·고등학생과 교사는 2008년 말부터 시행된 ‘기브티켓’을 이용하면 60∼8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며 드는 의문은 ‘과연 책정된 티켓 가격은 적절한가’에 관한 것이다. 영화 10편 이상을 볼 수 있는 해외라이선스 뮤지컬 티켓 가격. 과연 뮤지컬을 좋아하는 한국 관객은 기획사의 ‘봉’인 것인가.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 대부분 대극장에서 공연된다는 사실은, 높은 티켓 가격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물론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한 ‘뮤지컬 新 행진 와이키키’처럼, 같은 공연장에서 공연한 해외라이선스 작품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2008년 뮤지컬 공연 전반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티켓 가격은 공연장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표 3) 충무아트홀 대극장의 ‘헤어스프레이’와 ‘미녀는 괴로워’, LG아트센터의 ‘나인’,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와 ‘화성에서 꿈꾸다’ 등이 그러하다. 즉, 해외라이선스 작품 자체로 인한 높은 가격 책정보다는,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빈번하였고 이것이 해외라이선스 뮤지컬 가격 이미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극장을 선택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해외라이선스 중 그만한 가치를 뽐내지 못한 경우이다. 2009년 라인업 된 대학로 창작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카페인’등의 저렴함과 알뜰한 재미를 떠올려 보면, 대극장의 장점인 화려함과 웅장함을 갈고 닦지 않은 기획사들이 고배를 마실 것이라는 예상이 눈앞에 그려진다. 작품의 유명세나, 규모만 가지고 연구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은 대극장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감내해야할 어쩔 수 없는 사치 문화일까. 최근 대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공연 티켓 가격을 보면 우리나라의 뮤지컬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발견 하고 의아해하게 될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티켓 가격 평균은 $121.5, 일본의 해외라이선스 뮤지컬 티켓 가격 평균은 11950円, 우리나라는 125,000원이었다. 이를 서로 비교하기 위해서 환율과 구매력 평가지수 PPP를 이용하였다. PPP(Purchasing Power Parity)는 나라별로 차이가 나는 가격 수준을 감안하여 화폐의 구매력을 나타낸 수치로, 각 나라의 물가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이다. 이를 토대로 비교한 티켓 가격은 다음과 같다. (도표1,2) 한 눈에도 한국의 공연 티켓 가격이 월등히 높다. 이런 상황은 공연을 보러가는 관객들에게는 부담을,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는 거리감을 형성하였다. 최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R석 80,000원, S석 60,000원, A석 40,000원이라는 대형 뮤지컬치고는 비교적 싼 티켓 가격을 책정하였다. 작품성 외에도 가격 경쟁력에서 큰 우위를 차지했던 이 공연은 크게 성공하며 막을 내렸는데, 관객들의 가격에 대한 부담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높은 티켓 가격은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을 들여오는 구조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유명한 해외라이선스를 들여오기 위해 우리나라 대형 기획사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라이선스를 가진 개인이나 단체에게 지불되는 로열티가 올라간다. 또, 공연 흥행과 관계없이 미리 예상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불하는 돈인 선급금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라이선스를 가진 측에서는 작품이 흥행을 거두게 되면 많은 수익금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기획사를 만나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 기획사의 부족한 사전 조사로 인한 작품의 실패 사례나, 미비한 뮤지컬 전용 공연장 실태가 이 두 제작비용을 증가시켰다. 이런 현상은 결국 자본력 있는 대형기획사만 해외라이선스의 취득이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장기 독과점은 대형 기획사에 대한 시장 의존도를 증가 시켰다. 즉, 뮤지컬 시장 판도를 대형기획사가 지휘하게 됨에 따라, 자본 순환의 리스크가 크게 되어 공연 시장을 위태롭게 하였다는 것이다.
[뉴스테이지=백수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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