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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섹시한 웃음 + 따뜻한 울음 = 이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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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섹시한 웃음 + 따뜻한 울음 = 이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뮤지컬 ‘걸스 나잇’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05.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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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ma Mia!’. 40대뿐만 아니라 2,30대들도 ABBA의 노래에 푹 빠지게 만든 이 초유의 뮤지컬은, 브로드웨이가 9.11 테러로 주춤할 때도 매진기록을 세웠으며 지금도 착실하게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9년 여름 문화일보홀, 이 신화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공연이 있다. 바로 뮤지컬 ‘걸스 나잇’이다. 5년 전, 세 자녀의 어머니였던 Louise Roche는 ‘여자들이 즐길만한 공연이라면 나도 쓸 수 있다’고 공언한 뒤, 학교 동창들을 배우로 세우고 동네 아줌마에게 무대디자인을 맡겼다. 결과는 전석 매진. 시작부터 화끈한 아줌마 판인 이 공연은, 한국에 상륙해서 아줌마 관객들뿐만 아니라, 한바탕 웃고 싶은 사람들을 모두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Mamma mia!’다. 어머나!

- 시원하게 다 벗은 웃음으로 무장한 한밤의 수다

스쿠터에서 떨어져 죽은 샤론의 딸 캔디 로즈의 약혼식을 위해 나이트클럽에 모인 네 여자들의 수다로 공연은 시작된다. 스타일리쉬한 천사 샤론의 차분한 정리와 함께 어릴 적의 추억과, 결혼, 임신, 섹스 등을 유쾌하게 떠들어대는 여자들의 화끈한 수다를 듣다 보면, 관객들도 네 사람과 제법 친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탁 트인, 가끔은 입이 쩍 벌어질만한 섹시한 수다가 오간다. 진한 성적 농담들이 어색할 사람들도 있겠다. 그러나 마음에 동여맨 코르셋을 풀고 밤을 즐겨보면 시원하게 웃고 갈 수 있다. 이 양파 같은 뮤지컬은 몇 겹을 벗기면 그 진한 속을 보인다. 파티광에다 터프한 캐롤의 유산 경험, 화려하게만 보였던 리자의 여린 속마음 등을 들여다보면, 웃음 속에 누구나 감추고 다니는 각자의 아픈 곳을 쓰다듬을 준비를 하게 된다. 케이트가 그날따라 막무가내로 술을 마시고 남자와 놀던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국을 맞이한다.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은 비록 아직 거칠고 투박하지만, 하룻밤의 술자리로 마음속 맺힌 것들을 풀어나가는 여자들의 우정 어린 시선들을 통해 따뜻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설 수 있다.

- I Will Survive를 부르며 Survive를 꿈꾸다.

‘걸스 나잇’의 힘은 익숙한 노래들과, 그 노래를 시원하게 부르는 다섯 명의 디바diva들에게 있다. ‘I Will Survive’, ‘Holding Out for a Hero’, ‘I Am What I Am’, ‘Lady Marmalade’등 유명한 팝들을 모아놓은 뮤지컬 넘버는 ‘제 2의 맘마 미아!’라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다. 아니타의 ‘Holding Out for a Hero’를 듣다 보면 따라 부르고 싶은 충동을 눌러야 한다. 대사와 노래를 넘나들고, 연극적 상황이 어느 순간 노래가 되어있는 뮤지컬의 장점이 잘 살아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한 곡 한 곡이 시원한 콘서트 느낌으로 되어 있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한다. 배우들도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고쳐 나갔다는 한글 개사는 고심한 흔적이 느껴져 어색하지 않다.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역량은 정말 좋다. 어느 한 사람 빼 놓을 것 없이 파워가 넘치는 이 여배우들은, 모여서 넋두리를 늘어놓는 게 아니라 삶을 이겨내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공연장 전체를 에너지로 넘치게 한다. 그냥 여가를 즐기러 온 관객들에게 뮤지컬 넘버 한번만 듣고 오라는 부탁은 사실 쉽게 통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넘버의 유명함과 그를 뒷받침 해주는 좋은 배우들은 최고의 힘이다. 리자의 ‘I Will Survive’를 들으면서 이 공연이 갈수록 커져가는 뮤지컬 시장에서 Survive할 가능성을 엿본다.

-‘Mamma Mia!’에게 아름다운 밤을 위한 조언을 구하다.

‘Mamma Mia!’의 힘은 유명한 ABBA의 팝도 있지만, 무엇보다 따로 만들어진 노래를 탄성이 터질 정도로 이야기 속에 잘 눅여놓은 위트에 있다. 많은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는다. 아쉽게도 ‘걸스 나잇’의 스토리 역시 썩 매끄럽지 못하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캐롤을 도닥여주려다가도, 금세 등장하는 호키포키춤 등의 웃음 코드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웃음과 울음을 넘나드는 것은 좋지만, 어떤 부분도 그 감정을 편하게 즐길만한 순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야기의 큰 축이 되는 케이트와 샤론과의 갈등은, 내내 자유로운 섹스 분위기를 형성하다가 갑자기 몇 십 년 전의 밤에 대해 괴로워하는 것 같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케이트의 갈등의 골을 단단히 해야 이야기가 매끄러워질 것 같다. 혹은 차라리 ‘아이러브유’처럼 장면마다 정확한 이야기 전달이 있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Mamma Mia!’에는 딸에게 모든 애정을 쏟는 엄마의 옛 사랑이야기라는 세계 공통적인 감정의 축이 있다. 그러나 ‘걸스 나잇’의 스토리와 유머 곳곳에는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은 불편한 요소들이 남아있다. 성적 농담들은 때때론 빵 터지기도 하지만, ‘버자이너 모놀로그’에서와 같은 고상함을 가지고 있지 않아 불편하거나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게다가 노래의 연령대와 섹스를 당당히 말할 만한 연령대가 일치 하는지도 미지수이다. 주관객의 타겟팅을 잘 해야 할 것이다.

Girl’s Night? Women’s night? 거침없는 입담과 유머들은 타깃이 불분명하다. 두루 열려있는 것인지, 모두에게 불편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기억할 것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도 눈이 찌푸려지지 않는 ‘Our Night’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공연이 시원할 것인지, 시시할 것인지. 뜨거울 것인지 뜨악할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공연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입가에는 간만에 만난 반가운 팝이 맴돌고 있다는 것. 아직은 정제될 부분도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숨을 고르는 공연이다. 많은 토론을 거친 후, 제 2의 신화 탄생을 기대해 본다. 

[뉴스테이지=백수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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