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던 순간이란 게 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다양한 이별을 경험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별은 쉽지가 않다. 어디에도 이별에 익숙하다는 사람은 살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예고 없는 이별 앞에 늘 속수무책이다.
여기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에는 부모, 형제 떠나 군대라는 곳에 모인 이십대 초반 청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또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잠시 2년의 시간을 함께 울고 웃다 보면, 또 어느새 이별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이별이야 좋겠지만 말이다. 제대를 하면서 이별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싶은 게 제대를 맞은 군인의 심정이다. 그러나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사고뭉치 ‘황상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원하지 않는 ‘이별’ 앞에 눈물까지 흘리게 생겼다.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주인공 ‘황상태’는 신나게 휴가 다녀온 뒤 군악병에겐 총과도 같은 악기의 피스를 잃어버린다. 군악대는 발칵 뒤집어지고 일은 커져 ‘황상태’에겐 다른 부대로 전출 명령이 떨어진다. 어쨌거나 ‘황상태’는 이별을 앞두고 있다. 제대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황상태’에게 이번 헤어짐은 역시 어렵다. 함께 동고동락한 장병들과의 추억이 그의 가슴을 안타깝게 짓누른다.
대개의 경우, 특히 군대를 가본 적 없는 여자들의 경우 군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로 무서운 선임, 힘든 훈련, 지루한 하루하루 같은 걸 생각한다. 가본 적 없으니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만 사실, 그건 반쪽짜리 진실이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군생활의 나머지 반쪽에 대해, 그러니까 서로 살 부딪혀가며 살아가는 내무반의 모습을 유쾌하게 담았다.
선임들 눈치에 빡센 훈련에 보초를 서다 보면 동그란 보름달에 엄마 얼굴이 떠오를 만도 하다. ‘황상태’를 비롯한 14명의 군악대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군 행사를 끝마친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헤어져야 할 내무반 인연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무대는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군 시절을 회상하기라도 하듯 흑백사진처럼 오래도록 머릿속에 기억된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이거나 혹 가야할 남자, 남자친구가 군대 간 여자, 군대 간 아들을 둔 부모님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 만한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오는 9월 27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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