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넘게 연락 한 번 없이 민원을 방치하거나, 납득하기 힘든 검사결과를 통보한 후 일방적으로 소비자 민원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욱이 이 같은 민원 불성실 업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신고 조차 기피하기 일쑤. 업체의 해결을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이 식약청 등 관련기관에 신고하면 '배신자' 취급하거나 더이상 아쉬울 일 없으니 이판사판으로 끝장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소비자들은 “식약청은 무섭고 소비자는 벽창호로 보는 것 아니냐. 그저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식품업체의 민원 해결 방식이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곰팡이 통조림, “1년 넘게 처리중?”
이천시 사음동의 신 모(여.25세)씨는 지난해 5월 하림에서 제조한 ‘치킨팜’ 통조림에서 곰팡이 덩어리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유통기한을 확인해봤지만 2010년까지인 정상제품이었다.
즉시 업체에 통보하자 직원이 방문해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 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틀 후 업체직원이 방문해 “포장이나 운반단계에서 종종 발생한다. 철저한 조사를 거쳐 문제가 있는 라인을 전량 회수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후처리내용을 작년 7월1일까지 등기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해 신 씨는 큰 감동까지 받았다.
하지만 신 씨의 감동은 이내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약속한 날짜에 등기가 오지 않았던 것.
의아하게 여긴 신 씨가 업체에 문의하자 담당직원은 “개인사정으로 등기가 하루 늦게 보내졌다”고 안내했다.
신 씨가 “소비자와의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오히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러나 하루 늦게 보냈다던 등기는 1년 넘은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간단한 전화 한통 받은 적도 없었다.
신 씨는 “업체를 과신해 문제의 제품을 내 준 것이 실수다. 제품을 수거하기 위한 립서비스인걸 몰랐다. 이제 하림에서 만든 모든제품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어 “1년이란 시간동안 참아왔지만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의 여러 기사를 보고 겉으로 안전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뒤로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횡포를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작년 5월 27일 접수된 건으로 직원이 방문해 제품을 회수했다. 환불처리 했으며 고객의 요청에 따라 사후처리 내용을 등기로 보내주기로 약속했지만 고객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통보해 보류했다. 일부로 방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 씨는 “업체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약속한 다음날 보냈다던 등기가 아직도 오지 않고 있으며 환불을 받은적도 없다. 처음부터 보낼 마음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침 뱉고 오면 끝난 거 아니야?”
서울시 휘경2동의 이 모(남.39세)씨는 지난 5월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 롯데칠성의 포도 과실음료 ‘히야’를 아이에게 먹이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래침’ 같은 갈색 이물질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은 물론 이미 반 이상을 마신 상태라 아이의 건강이 걱정됐다.
소비자 상담실로 문의하자 “용기특성상 침이 유입되어 시간이 경과되면 이물질처럼 보일 수 있다. 포도침전물이나 찌꺼기가 나올 수 도 있다”는 난해한 답변만 늘어놨다. 더욱이 방문한 업체직원은 이 씨를 더욱 기막히게 했다.
당일 직원의 방문을 통보받고 현관문을 미리 열어두긴 했지만 직원은 아무 인기척도 없이 집안에 불쑥 들어왔다. 아무런 검사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동일 제품만 5개를 들고 왔다.
그는 이중 3개를 개봉하더니 이 씨가 보는 앞에서 지저분하게 침을 여러 차례 뱉어 넣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침전물이 생긴다”고 말한 후 이물질은 수거도 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화가 난 이 씨가 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해 항의 글을 남겼지만 감감무소식 이였다.
직원이 침을 뱉아 놓은 3개의 음료는 일주일이 넘도록 침전물은커녕 내용물과 섞여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씨는 “CS교육을 어떻게 했으면 직원이 아무런 인기척 없이 불쑥 들어오며 그렇잖아도 가래침 같은 이물질에 질려 있는데 소비자 앞에서 침을 탁탁 뱉고 어이없는 얘기만 늘어놓다니. 황당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 관계자는 “해당직원에게 확인해보니 방문하기 전 주차장과 현관에서 인터폰 통화 후 방문했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확인 시켜드리고자 제품에 침을 뱉어 설명했고 고객도 납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물질 수거와 관련해서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어서 수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역시 무성의하게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주차장에서만 (인터폰)한번 했을 뿐 아무런 인기척 없이 방문했다. 직원의 설명을 납득한 것이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일방적인 주장만 들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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