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악대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영화광 : 무엇보다 소재 자체가 참 신선했지? 군대생활이라 그렇다 쳐도 군악대의 이야기는 생소하면서도 신선하더라.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지고.
드라마광 : 응. 군대생활이라면 남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 군대도 오해, 반목, 화해가 존재하는 또 하나의 사회잖아. 그런 점에서 여자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어.
영화광 : 그래!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 속의 드라마에 모든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 전우간에 나누는 소소한 정들이 은근히 가슴을 찡하게 하더라.
드라마광 : 모든 배우들이 연주자의 역할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어. 하지만 군악대 소리 외에는 일체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가 사용되지 않아 아쉬웠어. 좀 더 여러 가지의 반주곡이 있었다면 음악이 풍부해지고 극중 몰입도를 높이는 기능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또, 뮤지컬넘버에도 일정한 테마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했어. 특히나 ‘바람은 불어라’는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캐릭터별 테마곡이 있었으면 각자의 캐릭터들이 더 잘 부각되지 않았을까?
영화광 : 그래? 나는 오히려 군악대로만 구성된 음악이 매우 좋았는걸? 음악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몸이 들썩이고 신나더라고! 게다가 직접 배우들이 연주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열정과 현장감이 굉장했어. 그런 무대 위의 열정을 느끼고 있노라면 살아있는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무튼 난 무척 좋았어.
◎ 드라마, 영화, 뮤지컬 사이
드라마광 :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동의해. 그래서 나도 각 캐릭터들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는데 몇몇 사람의 뛰어난 표정연기에 비해, 나머지 사람들의 표정연기는 그만큼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어. 이게 드라마와 뮤지컬의 다른 점이지 않을까? 드라마는 배우의 감정연기를 줌인 된 카메라나 편집 같은 걸 통해 얼마든지 집중적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지만 뮤지컬에서 그건 오롯이 배우의 몫이잖아.
영화광 : 그래 맞아. 뻐기는 애, 띨띨한 애, 여린 애 등등, 우리가 상상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잘 형상화된 것 같아. 캐릭터의 수가 많아서 잉여적인 캐릭터들이 생겨나거나 특정 캐릭터가 잘 부각되지 않은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어.
드라마광 : 장면들이 보여 지는 방식도 드라마와 뮤지컬은 확연히 다른 것 같아. 예를 들어 회상하는 장면들은 드라마에서 개별적 컷으로 보여 지지만, 뮤지컬에서는 무대 위라는 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함께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영화광 : 응 확실히 그렇지. 현장감과 생동감이 타 장르가 줄 수 없는 뮤지컬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 또한, 다른 장르에 비해 재미있고 신나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도 그래. 영화의 경우 ‘국경의 밤’이나 ‘공동경비구역JSA’같은 군대영화들은 소재상 심각하고 진지할 수밖에 없었던 거에 비해,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신나고 재미있더라.
◎ 명장면을 뽑는다면?
드라마광 : 맞아.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 친구 때문에 슬퍼하는 이등병의 비애마저 코믹하게 승화시키더라(웃음). ‘바람을 불어라’의 유머러스한 요소들이 인상적이었어.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추리적 요소나 축구씬의 자체 슬로우 모션, 전화 통화할 때의 말장난 같은 것들 너무 재치 있지 않았어?
영화광 : 그래. 나는 특히 화장실 장면이 인상 깊었어. 좁고 획일적인 나누어진 공간에서 캐릭터들의 서로 다른 개성과 고민들이 효과적으로 드러나더라고.
드라마광 : 맞아, 나도. 방금 말했듯이, 실연당한 이등병의 비애를 휴지 닦는 동작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내는 장면이란! 무지하게 웃기면서도 감탄스럽더라.
영화광 : 하하하 참으로 명장면이었지! 역시 코믹한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구나.
뮤지컬을 관람하고 집으로 향하는 그녀들의 얼굴이 밝았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군악대라는 소재가 조금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어도 그것이 무대와 관객사이에 소통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닌듯하다. 영화광이든, 드라마광이든, 뮤지컬광이든 열광의 대상은 달라도, 열광의 감정은 한가지의 모습이기에.
[뉴스테이지=강민경 기자,사진 김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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