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일아 기자] 정수기 한번 잘못 빌려 썼다가 9년이 지나서 400만원의 '위약금 폭탄'을 맞았다는 황당한 제보가 접수됐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 모(여.60세)씨는 지난 2000년 작은 식당을 운영하게 되면서 H사 정수기를 3년간 렌탈 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경영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문을 닫게 되자 한 달간 쓰던 정수기를 처분하기 위해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계약해지는 쉽지 않았다.
사무실 직원과 통화하기도 어려웠고, 정수기를 수거해 가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아무 대응이 없었다. 정수기가 상당 기간 그대로 방치되자 답답해진 이 씨는 직접 정수기를 가지고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 씨는 "직원과 담판을 벌인 결과 위약금 25만원을 내고 정수기를 반납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영수증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깨끗하게 문제를 해결했다고 여긴 이 씨는 이후 이 문제를 잊고 살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12월, 이 씨에게 황당한 고지서가 날아왔다. 당시의 계약 건에 대해 위약금 60만원과 이자와 벌금 등을 합해 400만원을 내라는 고지서였다. 얼마 전에는 채권추심 사에서 압류장도 날아왔다. 400만원의 위약금 때문에 자신의 임대주택마저 압류 당한 것이었다.
이 씨는 급하게 당시 합의하면서 받은 영수증을 찾았으나 작년에 서류정리를 하면서 폐기했음을 알게 됐다. 이 씨는 "한국소비자원에서 물품거래 시효가 3년이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집이 압류되고 이자와 벌금 등이 날아와 있어 불안하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H사 관계자는 "해당 고객의 경우 계약 해지 시 위약금에 대한 입금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을 파악해 보고자 확인 중이며 채무에 관한 건은 채권추심업체가 담당 한다"고 답변했다.
채권추심업체 관계자는 "H사에 확인해 본 결과 당시 이 씨는 H사 직원과 정식 합의를 본 것이 아니라 사무실 앞에 정수기를 무단 방치시키고 편지 한 통만 남겨 놓은 채 자리를 뜬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이 씨가 정수기 사용요금으로 20여만 원을 입금한 것은 확인되지만 위약금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현재 H사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돼 점검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터라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법적 대응으로까지 가는 사태는 원치 않으며 원만한 합의를 통해 서로 좋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