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전 재산 털어 겨우 내집 마련 했는데 이리 허접하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네요"
부푼 꿈을 안고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지만, 허접한 시공과 무책임한 AS로 입주민들이 상심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SK건설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지은 아파트에 대한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입주한지 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천정이 갈라지고, 집안 곳곳에 누수가 발견되는가 하면 온 집안을 뒤덮는 곰팡이 때문에 거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발을 구르는 피해 사례들이 제보되고 있다.
이 같은 피해를 입어도 보상은 하늘의 별따기다. 근본적인 시공하자로 인한 문제지만 보수를 했음에도 불편이 계속되거나 아예 하자 보수마저 외면해 상실감만 안겨주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보수가 불가능한 아파트에 대해 계약해지나 새집으로의 교체 등을 요구하지만 중도금을 한 번이라도 납입한 경우 입주자나 건설사 쌍방의 의사가 합의돼야 계약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곰팡이+락스 범벅 아파트, 계약해지해줘
대구에 살고 있는 배 모(여.41세)씨는 지난 2006년3월께 대우건설이 대구 동구 각산동 일대에 지은 1천071가구 규모의 푸르지오 아파트 한 채를 2억6천500만원에 분양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입주를 압두고 사전점검 차 현장을 찾은 배 씨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집안 벽과 바닥 곳곳이 물에 흥건히 젖어 있었고, 바닥엔 장판조차 깔려 있지 않았다. 입주가 5일 남은 시점의 상태였다.
담당직원은 "건조시킨 뒤 바닥만 깔면 된다. 2주면 충분히 가능하니 입주를 조금만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현장을 다시 찾은 배 씨는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벽과 바닥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던 것.
배 씨는 "곰팡이 제거를 위해 집안 곳곳에 락스와 각종 약품들을 범벅으로 발라 놓았지만 그래도 곰팡이 얼룩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며 "그대로 입주할 경우 9개월 된 갓난아이와 5살 된 아이의 건강이 염려된다"고 하소연했다.
배 씨는 이때문에 결국 입주 예정일을 3개월이나 넘기고도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에도 '입주하라'는 연락을 받고 방문해 봤지만 마루는 썩어 있고 벌레가 득실거리는 광경에 결국 계약해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해왔다.
#곰팡이 잡는다고 바닥에 구멍 숭숭 뚫은 곰보 아파트
경북 구미시의 이 모(여.33세) 씨는 지난 2006년 11월께 코오롱건설이 분양한 '하늘채 아파트' 877가구중 한 채를 분양받아 지난 3월 입주했다.
입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곰팡이가 거실에 가득 피기 시작했다. 이 씨가 보수를 요청하자 코오롱건설 측은 습기 때문이라며 말린 다음 도배를 다시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곰팡이가 다시 폈다. 지난 번 보다 사태가 더욱 심각했다. 거실 뿐 만 아니라 안방, 작은 방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결국 원인을 찾기 위해 건설사 측이 수차례 방문해 거실 바닥을 20cm 정도 파내고서야 바닥에 물기가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직원은 "시공 과정에서 동파가 있었다. 방바닥을 뚫고 다시 건조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에 이 씨는 보수를 받기로 했다. 거실 바닥엔 습기 건조를 위한 커다란 구멍 3개가 뚫렸다.
이 과정에서 보수 팀이 집안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이 씨 가족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유할 수 없었다. 바닥에 뚫어 놓은 구멍에서는 퀴퀴한 냄새까지 피어났다.
그러나 이 같은 불편을 겪었음에도 보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곰팡이는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이 씨는 "보수해도 곰팡이를 잡지 못한 만큼, 보수가 아닌 다른 실질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새집으로의 교체 또는 환불을 요청했다.
코오롱건설 측은 당초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새집 교환은 규정에 따라 어렵다. 도의적인 차원에서 일정 부분 보상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으나 최근 확인 결과 이 씨에게 새 집을 내줬으며 공사가 완벽히 이뤄지면 재 입주 하는데 합의하고 지난 24일부터 공사에 들어갔다고 이 씨는 전했다,
#천정 콘크리트 갈라져 물 줄줄 새는 판잣집 아파트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시 우현지구의 금호어울림 아파트에 입주한 정 모(여.38세)씨는 입주 5개월여 만에 집안 곳곳에서 발생한 하자 때문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배관과 이어지는 콘크리트 부분에 균열이 생겨 욕실 천정에서 물이 새고, 방마다 설치 된 붙박이장 안에는 곰팡이로 인한 악취가 진동했다.
수억 원대의 아파트가 입주 5개월 만에 천정이 갈라져 물이 새는 등의 하자가 발생한 것을 납득하기 힘들었던 정 씨는 금호건설 측에 새집으로의 교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건설사 측의 내부규정에 막혀 관철되지 않았다.
정 씨는 "부실시공을 한 것도 모자라 AS센터라는 곳이 겨우 한 번 살펴보고는 이후 아무런 소식도 없다"며 "팔고나서 '배째라'식의 태도에 질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천장 누수를 확인했고, 재하자가 발생하지 않게끔 보수를 하겠다"고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밝혔지만 정 씨의 불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 씨는 "금호건설 측이 누수를 막기 위해 윗집을 보수했음에도 여전히 물이 새고 있다"면서 "재보수를 요청했지만 이후부터는 감감무소식이 됐다"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