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
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은 중징계를 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징계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되면 황 회장은 KB지주 회장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연임은 어렵게 된다.
금융당국 내부와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황 회장이 KB지주 회장직에서도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리더십이 심각하게 흠집 난 상황에서 어떻게 국내 최대 금융그룹을 이끌고 나갈 수 있겠는냐고 얘기다.
금감원은 3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파생상품에 무리하게 투자해 손실을 입은 데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제재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이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8천만달러를 투자할 때 위험관리 규정을 어기고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이 투자액의 90%에 해당하는 1조6천200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 금액 가운데 황 회장의 재임 때 투자로 발생한 손실이 무려1조1천800억원이다.
황 회장의 변호사는 금융위기로 발생한 투자 손실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없고 투자 과정도 적법했다고 주장했으나 기각됐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일이나 23일 정례회의에서 황 회장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예정다.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는 과거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의 투자 행위에 대한 제재인 만큼 황 회장이 KB지주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징계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4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황 회장이 2011년 9월에 3년 임기가 끝나면 연임이나 다른 금융회사 취임이 불가능다.
그러나 황 회장 측은 우리은행장 퇴임 일을 징계 시효의 시점으로 삼아야 하고 이에 따라 연임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재심을 청구하거나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