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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액수, 이에는 이~눈에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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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액수, 이에는 이~눈에는 눈"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09.09.22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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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결혼 3년차 직장인 서 모(여.36세)씨는 오는 가을이 마냥 탐탁치 않다. 직장 동료나 친구 선배 지인 등의 결혼식 청첩장이 쏟아지기 때문. 지뢰밭마냥 일정이 표시된 스케줄표를 보노라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한 달에 1~2회가량의 경조사비용을 예비비로 책정해 두곤 있지만 생각지도 않던 청첩장이 날아들기라도 하면 가계가 엉망이된다. 게다가 선약이 잡혀 있는 주말 청첩장은 불청객 그대로다.

대기업 기획팀에서 근무 하는 이 모(여.28세)씨는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 컴퓨터의 엑셀파일을 열어본다. 그간 경조사비용을 주고받았던 상대와 금액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이 씨는 " 더도 덜도 말고 받은 만큼만 낸다. 그래서 내가 낸 것도 꼭 기입해 둔다"고 말했다.

그나마 아직 미혼인 이 씨의 경우는 마음이 가벼운 편이다. '뿌린 씨앗'을 조만간 거둬들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 오히려  축의금 목돈 마련을 위해 여기저기 부조금을 뿌려두고 싶지만 당장 가계비용에 제동이 걸려 아쉬울 따름이다.

직장 선배, 후배, 혹은 친구 등 지인의 경조사는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마냥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만은 없다. 부조금 산정으로 머리속 회로가 복잡해지기 때문. 경조사비 고유수열인 '3-5-7-10'에서 3만원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머쓱한 '단 돈'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어느 샌가 5만원이 기본요금이 됐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40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경조사비 터놓고 말해요'란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은 직장 상사, 동료, 후배 등 경조사 상대에 따른 부조금 액수와 가계부담, 그리고 부조금을 줄일 수 있는 노하우 등에 대해 물었다. 20대 148명, 30대 231명, 40대 121명이 설문에 응했다.


직장인들의 한 달 경조사 참석 횟수는 '0~2회'가 79.2%로 가장 많았다. '3~5회'란 응답이 18.7%로 뒤를 이었으며, '6회'이상이란 응답도 2.1%에 달했다.

1회 평균 경조사비로는 5만원을 낸다는 응답자가 356명으로 약 71.2%를 차지했다. 이어 7만원을 낸다는 응답자가 94명 18.8%로 뒤를 이었다. 10만 원 이상과, 3만 원 이하를 낸다는 응답자는 각각 42명과 8명으로 8.4%와 1.6%를 나타냈다.

'경조사비가 경제적으로 부담되느냐'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395명으로 무려 79%에 달했다. 10명 중 8명꼴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D그룹 직장인 김 모(남.33세)씨는 "월급의 5~10%가 경조사비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달 용돈이 40만 원인데 경조사비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올 초 입사한 박 모(남.29세)씨는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에 경조사비 5만원씩 두 번만 내도 생활이 궁핍해 진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서 20대 응답자 148명 중 무려 92%인 138명이 부조금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30대는 82.6%인 191명이, 40대는 73.5%인 89명이 부조금이 부담감을 토로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부담 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줄긴 했으나, 전체의 70%이상이  부담스러움을 표했다.

'직장 상사에게 내는 부조금이 동료나 후배에게 내는 것 보다 많나?'는 질문에 340명, 7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축의금과 조의금 중 어느 곳에 더 많은 부조금을 내느나?'는 질문에는 345명, 69%가 '조의금에 더 많은 액수를 낸다'고 답했다. '차이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55명, 31%로 나타났다. 축의금을 더 많이 낸다는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자신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의 경조사에 참석하나?'는 질문에 '상관없이 참석한다'는 응답자가 251명으로 과반수가 넘어 눈길을 끌었다.

H회사의 김 모(남.39세)씨는 "경조사 자리가 교류가 뜸한 지인과의 만남의 자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억울하거나 섭섭한 마음이 있더라도 참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60명, 32%의 응답자는 '참석하지 않는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경조사 참석과 부조금이 인간관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임을 반증한다. 나머지 89명의 응답자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부조금 부담을 줄일 수있는 있는 노하우는 없을까?

L사의 박 모(남.34세)씨는 "결혼식 사회나 축가 자리를 노린다. 부조금도 아낄 수 있고, 혹시 아나 정장이라도 한 벌 얻어 입을지…"라고 답했다.

Y사의 이 모(여.38세)씨는 "'Give & Take'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확 줄어들더라. 경조사비 장부를 엑셀파일로 만들어 놓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몸으로 때운다" "장례식장이 휑해지지 않게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다" " 문상객이 뜸해진 밤늦은 시간 상가를 찾으면 상주의 뇌리에 오래 남는다"는 노하우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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