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옷들이 투명 비닐에 싸여 걸려있고 그 밑으로는 어떤 표시임이 분명한 종이들이 붙어있다. 일곱 명의 남녀는 황색 얼굴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한국인들이다. 대한민국에 저런 옷들이 들어차있는 곳은 딱 하나, 바로 세탁소다.
그렇다면 세탁소에 무슨 좋은 일이 있길래 저들은 흰 옷을 입은 채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을까. 사실 저들에게는 사진으로만 봐서는 모를 사연이 있다. 흰 옷을 입기 직전까지 그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상대의 어깨에 걸친 손은 돈을 찾기 위해 허둥대기 바빴다. 웃지 않았으며 서로를 향해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만을 흘렸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변했다. 어떻게?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와서.
이들은 세탁기에 들어가 이리저리 돌려지더니 검은 때를 벗고 나왔다. 믿기 힘들다면 직접 극장에 가보라. 정말 저들은 세탁기에 들어가 빙글빙글 돌았다. 세상 한 귀퉁이, 묻은 때를 닦으며 성실히 사는 세탁소 주인이 저들을 엄청나게 큰 세탁기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말끔해져 돌아왔다.
사진 속 인물들은 빨래 줄에 널려있듯 서로의 어깨를 의지하고선 자신을 말리고 있다. 꿉꿉했던 마음이 뽀송해진다. 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퍽퍽한 일상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마음이 개운해지는 이 작품은 오아시스 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