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김반장. 연극 ‘날 보러와요’ 무대 위 그는 언제나 카리스마 넘쳤다. 극중 박형사가 말한 ‘범인은 무모증!’이라는 어이없는 추리에도 불구하고 김반장은 오늘도 지혜롭게 수사반을 꾸려간다. 2006, 2007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올리는 연극 ‘날 보러와요’의 배우 손종학을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무대 위 김반장의 모습과 공연 전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그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김반장이 아닌 꾸밈 없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성격 좋은 우리 동네 아저씨를 만나는 것 같다. “후배들이랑 작업하면서 새롭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내가 저 때는 저렇게 못했는데 이런 생각도 많이 들죠. 워낙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들이라. (웃음)” 그는 이미 22년의 연기 경력을 가진 베테랑 배우다. 건축학과 2학년 재학 시절이었던 87년도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만 그렇게 됐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그는 “미쳤었지”하면서 입을 뗐다. “대학교 2학년 때 극단 민예에서 워크샵 배우를 뽑는다는 기사를 봤어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했는데 그게 이렇게 된 거죠”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쾌하게 웃어넘겼다.
배우가 ‘팔자’라는 그는 “술은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는 애주가다. 공연팀끼리 갖는 술자리에 대해 그는 “공연이 끝난 후의 술자리는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예요. 술 한 잔 놓고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친구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죠. 내가 겪어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조언도 해줘요”라고 말했다. 공연 초반, 그는 매일 같이 후배 배우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3주쯤 되니까 자주 그러진 못하겠더라고요. 손님들도 오고. 후배들을 놔줘야 되겠더라고. (웃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수고했다는 의미로 조촐하게 마셔요.” 그는 술자리에서 주로 작품 얘기를 하거나 연극 얘기를 한다는 영락없는 배우다.

이번 2009 연극 ‘날 보러와요’. 지난 공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금은 여건이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할 때는 극장이 있던 건물이 리모델링을 하는 바람에 공사를 하는 상황에서 공연을 했어요. 어째 그랬나 몰라”하며 지난번 공연을 회상했다. 작품적으로도 차이가 생겼다. “저번 공연에서는 극 중 남씨 부인을 생략하고 그냥 정보로만 가져왔었어요.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원본 그대로 남씨 부인을 다시 살렸죠.” 2006, 2007년에 이어 2009년에도 연극 ‘날 보러와요’에 출연 중인 그는 이 작품과의 남다른 인연이 있는 듯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에도 다시 이 작품에 출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캐스팅이 돼야지”라며 웃었다. 출연제의가 들어온다면 당연 ‘OK’라고, 그는 덧붙였다.
용의자가 내미는 오리발에 매일 밤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김반장, 배우 손종학은 그래서 아프다. “내가 사람이다 보니까, 역할에 몰입을 하면 정말로 마지막 장면에서는 내가 쓰러질 것 같아. 걱정도 돼요. 이러다가 진짜 쓰러지는 거 아닌가(웃음)” 그는 이미 1998년 창작 단막극제 인기배우상, 2003년 서울연극제 연기대상, 2003년 서울공연예술제 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한 이른바 ‘연기파’ 배우다. 그는 함께 연기하는 송새벽, 김재범 등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욕심 부리지 말고 그냥 오는 거나 잘 하자!” 배우 손종학은 유달리 역할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의 말처럼 최선을 다해 ‘그냥 오는 거나 잘 하다’보면 어련히 좋은 날도 오고 그러는 것 아닐까. 조바심내지 않는 여유가 보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는 관객들에게 많이 보러 오시라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질책도 해주시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세요.”
매일 밤, 8시 다시 공연이 시작된다. 어김없이 김반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배우 손종학, 그가 카메라를 향해 웃는다.
[뉴스테이지=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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