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판소리 ‘2009 사천가’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09 사천가’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 ‘사천의 선인’에서 모티브를 차용, 이를 구수한 판소리로 풀어낸다. 이번 공연은 ‘내 이름 예솔아’의 주인공 이자람이 소리꾼, 작, 작창, 음악감독까지 1인 4역을 소화해 화제다. 또한 고전과 전통을 접목시켜 동시대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설과, 국악에 타악과 전자 기타를 가미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모은다.
‘2009 사천가’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오늘날의 이야기로 그려낸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원작의 주인공 창녀 셴테가 뚱녀 순덕으로 변신, 화자로 판소리를 끌어간다. 실업자 순덕이는 단중모리 장단으로 “착하게 살기는 하늘에 별따기. 아무리 노력한들 세상 살기 어려워요. 저는 너무 뚱뚱해서 취직하기도 어렵고요. 어디 알바라도 하고 싶지만 뚱뚱한 여자는 아르바이트도 힘들어요. 국민소득 2만 불인들 배고픈 건 여전하고요. 미분양아파트가 넘쳐나도 내 몸 뉘일 곳은 없어요. 착하게 잘 살고 싶지만 모든 게 그렇게 비싼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나요”라며 하소연한다.
소리꾼 이자람은 1999년 판소리 ‘춘향가’ 최연소 최장시간 완창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운 바 있는 젊은 국악인이다. 그녀는 이번 공연에서 기존 판소리 장단 이외에 굿장단인 도살풀이, 자진타령장단, 동살풀이, 드렁갱이, 그리고 삼바 리듬 등을 사용하여 극적 효과를 더한다. 이자람은 “‘사천가’는 우리들의 가슴 속에서 꺼낸, 열 받고 우습고 신나고 구구절절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이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며, 판소리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나의 이야기다. 만들어낸 자가 뽐내고 싶은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소리꾼들이 ‘사천가’를 가슴에 들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으면 하는, 이 시대의 살아있는 판소리다”라고 전했다.
올해로 3년차를 맞는 ‘2009 사천가’는 대담한 발상과 전위적 시도로 다양한 평을 받아왔다. 2008년 파이낸셜뉴스 7월 7일자에서 곽인찬 논설위원은 “추임새를 넣어주는 북, 장구도 있지만 베이스 전자기타도 있고 별별 소리를 내는 별의별 타악기가 다 있다. 뮤지컬의 앙상블(조연)처럼 등장하는 우주인 복장의 세 명의 신(三神)은 브레이크 댄스를 연상시키는 야릇한 춤과 야릇한 노래, 야릇한 웃음으로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뿌리는 전통 판소리에 두되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대담한 아방가르드적 시도다”라고 평한 바 있다.
패기 넘치는 이자람의 재기발랄한 판소리 한마당. ‘2009 사천가’는 오는 9월 4일에서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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