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0대들의 혼란과 성에 대한 호기심을 격렬한 록 음악에 빚대 표현했다. 이제 막 성에 눈을 뜬 10대 소년 소녀들은 어른들의 권위주의와 억압으로 인해 결국 불행해진다.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벤들라, 나이보다 조숙한 남학생 멜키어, 유약한 열등생 모리츠. 사춘기를 보내는 이들의 삶은 조금씩 삐걱거린다. 흔들흔들 위태롭다.
- 꽃 피우지 못한 한 송이 백합, 벤들라
어깨가 살짝 넘는 길이의 생머리, 쌍꺼풀 없는 눈매, 아담한 키. 벤들라는 한 마디로 청순함의 대명사다. 경건하고 엄한 집안의 딸로 자라 일탈 한 번 꿈꾼 적 없는 아이, 15세 벤들라는 어느 날 아침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아직 15살이라는 나이가 어리기도 하지만 기성세대 누구도, 심지어 그녀의 부모조차도 이 질문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날 아침 벤들라는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났다.
그녀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간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늘 제도권 안을 맴돈다. 그러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사춘기의 호기심은 그녀를 새로운 일탈의 세계로 인도한다. 같은 학교 친구인 멜키어를 만나고 나서부터다. 일탈과 방황은 그녀에게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하는 열쇠가 된다.
- 붉은 장미 같은 멜키어, 알고 보면 여린 아직은 소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주인공 멜키어는 15세 소년으로 괴테의 ‘파우스트’를 탐독한다. 그는 외모적으로나 성격적으로 똑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반듯한 교복차림의 멜키어는 영락없는 모범생이다. 그러나 어른의 몸도 아이의 몸도 아닌 중간 지점에 서 있는 그는 어른들의 관념, 고정화된 가치관에 끊임없이 저항한다.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그들의 독선적인 태도에 반기를 든다. 그러나 멜키어는 힘이 없다. 소통은 언제나 거절당하고, 그에게 지금 필요한 건 용돈이 아닌 ‘이해’와 ‘관심’이라는 걸 부모님과 선생님은 알지 못한다.
- 행복은 성적 순? 안개 속으로 사라진 모리츠
예나 지금이나 행복은 성적순이다. 멜키어의 친구 모리츠는 공부엔 취미가 없는 열등생이다. 15세가 된 그에게 고민은 딱 두 개다. 이번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는 것. 모리츠는 또래보다 성숙한 멜키어에게 도움을 청한다. “멜키어, 내가 이상한 걸까?” 머릿속이 온통 여자애들의 다리로 어른거리는 모리츠는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 자기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는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낙제 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가 없다. 모리츠는 이번 시험을 망쳤다. 사람들의 눈과 소문에 민감한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걱정과 불안으로 방황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그를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다. 모리츠는 결국 죽음으로써 모든 문제를 매듭짓는다.
[뉴스테이지=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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