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재로 부엌 벽과 천정, 주방 집기가 불에 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지희 기자] 정수기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집안이 난장판이 됐으나 업체가 피해보상에 늑장을 부린다며 소비자가 발을 굴렀다.
경기도 수원의 장 모(남.45세) 씨는 지난달 26일 새벽 5시경 아버지의 비명에 놀라 잠을 깼다. 집안은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고 소리가 난 주방 쪽으로 달려가 보니 정수기에서 올라온 불길이 싱크대와 천정에 옮겨 붙고 있었다. 장 씨는 급히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119에 신고한 뒤 욕실에서 물을 받아와 불을 끄기 시작했다.
다행히 긴급 진화했지만 부엌과 거실의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불에 탄 냉장고와 싱크대를 새로 구입하면서 총 443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장 씨는 "불이 나고 이틀 동안은 조사 때문에 손을 못 댔고 8월 28일에야 복구공사를 시작했다. 일주일의 공사기간 동안 끼니때마다 주방을 사용할 수 없어서 고통을 겪고 아이들은 그을음과 먼지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등 고생을 많이 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설명했다.
장 씨는 지난 2005년 1월 한일월드(주)의 정수기 hwp-7001 초창기 모델을 설치해 지난 4년 동안 잔고장 없이 사용해왔다.
화재 발생 당일 오전에 한일월드는 발화 원인이 정수기가 맞는지 규명하겠다며 정수기를 수거해 갔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장 씨는 지난 2일에야 "정수기 내부가 워낙 다 타버려서 원인 규명을 못 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수원 중부경찰서 담당 경찰은 업체의 태도가 너무 미온적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수기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지난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냉온정수기 내부의 온수통에 설치된 서모스탯에서 발화 원인으로 작용 가능한 전기적인 발열에 의한 용융흔(녹아내린 흔적)이 식별된다'는 감정결과를 내놨다. 화재의 유력한 발화점으로 정수기를 지목한 것이다.
장 씨는 "화재 발생 다음날 업체 담당직원과 손해사정인이 나와 보상처리를 빨리해줄 것처럼 하더니 원인 규명을 한다고 시간을 끌었다. 소비자의 고충은 전혀 이해하지 않고 늑장 대응을 한 업체 측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일월드(주) 관계자는 "피해 보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고객과 합의해 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런 화재 사건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이 제품은 초창기 모델로 이미 단종 됐다. 제품 사용 기간이 오래된 만큼 개별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해당 정수기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
▲불에 탄 부엌 천정과 바닥. 그을음이 선명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