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7일 퇴직한 사원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가짜 서류를 만든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보험대리점 직원 박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남부지법 항소부로 되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 내용, 개정 연혁,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에 비춰보면 다른 이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 사용한 자를 처벌하는 주민등록법 조항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이름과 주민번호만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에서 남의 행세를 하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함부로 사용했다 해도 본인 여부 확인 및 개인식별의 용도에 사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민등록번호 부정사용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A보험회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보험 모집 자격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퇴사한 전 직원 김모씨가 여전히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써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씨는 윗사람의 지시를 받고 명단을 만들어 넘겼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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