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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해외취업..돈.시간'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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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해외취업..돈.시간'도둑'"
부실서비스.약속 부도.허위정보 판쳐 피해자들 '비명'
  • 임민희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10.0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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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국내 알선업체를 통해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서비스 불이행과 허위정보 등으로 낭패를 겪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국내의 좁은 취업시장, 경제적 문제, 장기적 비전 등의 돌파구로 해외취업을 선택하지만 국내 알선업체들의 왜곡된 현지정보와 비자발급지연 등 미흡한 일처리로 취업이 지연,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설령 해외취업이 된다고 해도 계약내용과 다른 열악한 여건에서 일을 하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피해 소비자들은 "환불을 요구해도 서비스가 일부 이행된 점을 들어 거절당하기 일쑤다. 법적으로 대응하고 싶어도 시간이나 비용문제로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그러나 알선업체들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서비스를 진행했지만 불만을 가진 일부 소비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일축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해외취업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사연을 통해 해외취업 열풍 속에 가려진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봤다.

간호사들의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간호사인 윤 모(여.40)씨는 자녀교육과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다 남편과 상의 끝에 미국 이민을 결정했다. 미국은 여느 나라보다 간호사에 대한 대우와 복지여건이 좋았고 남편이 직장을 옮기기도 수월했기 때문.

윤 씨는 2008년 8월 경 미국 의료인력 전문 컨설팅 회사인 A 업체를 찾아가 상담을 한 후 간호사 해외취업은 물론 영주권 수속, 이주, 정착까지 책임지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600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미국병원 측과 인터뷰를 갖지 못했다. 윤 씨는 업체 측에 연유를 따져 물었지만 미국 경제 상황 악화와 이민법 규정 강화 등을 들어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는 더는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업체 측에 계약해지 및 전액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A 업체는 "중간 해약은 환불이 안 된다"며 큰소리쳤다.

윤 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의 중재로 A 업체로부터 계약금의 일부를 환불받았다. 합의서엔 '환불금액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이 붙어있었다.

현재 윤 씨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 미국 서부지역에 있는 작은 중소병원에 취업했고 영주권 수속 절차를 밟아 내년 5월 가족과 이민을 떠날 계획이다.

윤 씨는 "A 업체는 미국의 대형병원 그룹(13~25개)과 독점계약을 맺고 있고 외교통상부 등에 등록된 국내의 몇 안 되는 합법적인 회사였지만 1년이 넘도록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만 날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미국 경제 침체나 이민법 규정이 강화된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업체 측은 사전에 현지에 대한 정보와 중도 해약 시 가입자가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피해를 호소한 제보자들에 따르면 A 업체 회원은 90% 이상이 간호사인데 대다수가 미국으로 해외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개중에는 A 업체의 권유로 미국 취업을 기다리는 동안 영어, 문화 등 현지적응을 위해 두바이 등 중동지역의 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 모(여)씨는 지난 4월 말 2년 계약을 맺고 두바이 병원으로 해외취업을 나갔다. 김 씨는 한 달에 200~30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고 있지만 현지에 집을 얻을 경우 300만원이 넘는 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3~4인이 사용하는 열악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인 대다수가 아랍어를 사용하고 있어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미국병원에 취업한 한 간호사의 경우 영주권 수속이 늦어져 5년째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 업체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회원들의 미국 취업을 돕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미국의 경기침체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전에 현지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2008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미국 침체로 채용수요가 줄어들었다. 회원의 3분의 2가 미국병원에 합격한 후 영주권 수속을 밟고 있는데 미국 경제악화와 이민법 강화 등으로 다소 지연되고 있어 우리로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급거부와 관련해서는 "클레임을 거는 고객들의 사례가 워낙 다양해 환급이 '된다' '안 된다'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환급요건을 충족하면 일정부분 환급해 드리고 있다"고 부인했다.

그는 두바이 등 중동취업과 관련해서도 "미국 정착을 돕기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라며 "한국과 현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충분히 상황을 설명한다. 회원의 70명 정도가 두바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잘 적응하고 있고 적응을 못한 일부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해외인턴쉽, 그 치명적 유혹!

서 모(남.37)씨는 1년 전 국내의 유명 알선업체 2곳을 통해 캐나다 벤쿠버에 있는 한 호텔로 해외 인턴쉽을 다녀왔다. 하지만 그는 업체들의 잘못된 현지정보와 일처리로 인해 1년 동안 고통을 받아야 했다고 호소했다.

IT(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경력자인 그는 장래를 위해 캐나다 해외취업 및 이주를 결심하고 해외인턴쉽 알선업체인 B업체를 찾아갔다.

그에 따르면 B 업체는 캐나다 인턴쉽 과정을 설명하며 그 정도 경력이면 유급 인턴쉽 후 Job오퍼(고용제의)를 받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며 취업을 100% 보장하지 않지만 어학코스 후 유급 인턴쉽을 할 현지 회사를 몇 군데 소개해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서 씨는 계약을 하고 B와 C 업체(현지 업체)의 도움을 받아 CO-OP비자를 신청하고 밴쿠버에 도착했다. 그는 유급 인턴쉽을 하려면 영어실력이 중요하다는 업체들의 말에 4개월간 학원을 다니며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4개월간 업체 측에서 먼저 연락이 온 건 2~3번 전부였고 그것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전혀 엉뚱한 회사였다는 것.

서 씨는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업체 측은 거절할 경우 향후 취업알선을 재고하겠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Job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분야도 다를뿐더러 급여수준(시급 8달러)도 턱없이 낮아 심사숙고 끝에 거절했고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잡(Job) 인터뷰였다.

더욱이 업체 측이 서 씨의 비자신청 시 양식과 내용 오류 등 미흡한 일처리로 결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그는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인턴쉽을 포기하고 B와 C 업체 측에 밴쿠버에 오기까지 지불했던 돈과 1년 가까이 지출한 생활비,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서 씨는 "B 업체는 캐나다일은 C업체가 하니 자기들로서도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C 업체 역시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현지사정에 어두운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업체들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며 끝까지 싸울 뜻을 밝혔다.

해외인턴십 피해사례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얼리 인턴쉽을 준비하던 김 모(여)씨는 노동부 워크넷에 등록되어 있는 D업체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계약금으로 620만원을 두 번에 나눠 지불했다.

하지만 5개월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고 D 업체를 찾아갔으나 업체 측은 '지금 마땅한 자리가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거듭할 뿐이었다. 이후 D 업체는 미국 주얼리 인턴쉽은 무리일 것 같다며 '호주 어학연수 3개월+주얼리 인턴'을 제시하며 원치 않을 경우 전액환불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호주 인턴쉽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환불을 요청했고 업체 측은 두 달 후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턴쉽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5개월 동안 시급 3천500원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다렸던 그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의 좁은 취업시장, 경제적 문제, 장기적 비전 등의 돌파구로 해외취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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