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하게 발생하는 승강로 추락 사고에서 피해자가 엘리베이터 관리상의 결정적인 하자를 입증하지 못하면 부분적인 손해배상도 받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21부(김주현 부장판사)는 엘리베이터 문에 기대고 있다가 승강로 바닥에 떨어져 사망한 김모(사고당시 25세)씨의 어머니가 사고 건물의 관리업체인 L사와 엘리베이터 점검ㆍ보수 업체인 T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측에 50%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엘리베이터 설치ㆍ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거나 엘리베이터 문에 충격을 가하는 등의 이례적인 행동으로 문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에까지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문이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가이드슈'를 설치 뒤 3년 동안 교체하지 않는 등 보수ㆍ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검사 결과 합격 판정을 받고 월 1회 자체 정기점검에서도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2007년 2월 의정부 소재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상가건물 2층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이 모씨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 뒤 엘리베이터 문에 등을 기댄 채로 서있던 이씨의 어깨를 감싼 상태에서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엘리베이터 바깥문 아랫부분이 승강로 안쪽으로 이탈하면서 바깥문과 함께 지하 2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김씨는 두개골 골절상으로 현장에서 사망하고 이씨는 골절, 장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관리자인 L사와 T사가 엘리베이터 바깥문이 상당한 충격에도 이탈하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가이드슈 등을 수시로 점검ㆍ수리하는 등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과실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1심은 엘리베이터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바깥문에 "기대지 마시오"라는 경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 사고 방지 노력을 했던 점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 범위를 손해액의 50%로 제한해 "1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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