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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 뒤로 위장된 거짓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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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안개 뒤로 위장된 거짓의 실상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10.07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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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주먹을 부르짖은 채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오른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사내. 말쑥한 정장에 아이보리 조끼, 잘 다듬어진 수염과 포마드를 발라 빗어 넘긴 듯한 머리로 보아 여자 꽤나 울린 바람둥이 같다. 그 사내의 뒤쪽에 서있는 또 다른 사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앞의 사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다. 체크무늬 나비넥타이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문학청년의 모양새다.

가운데 앉아있는 중년 여인도 오른쪽 사내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단정하게 손질한 머리와 발에서부터 목 위까지 몸을 감싸고 있는 하얀 실내복은 그녀를 한층 정숙한 여인으로 비춰지게 한다. 하지만 그녀 옆에 서 있는 중년 사내의 표정은 사뭇 심각하다. 말쑥한 실내복 차림에 훤칠한 외모, 중후한 수염으로 보아 꽤나 멋쟁이일 것 같은 이 사내. 그렇지만 자신을 빼 닮은 듯한 오른쪽 사내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엿보인다.

이들 너머 정면으로 크게 나있는 창 뒤에는 자욱한 안개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모습은 마치 환영처럼 느껴진다. 안개는 이들의 행동을 연출하고 조작하는 듯 보인다. 도통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농도 짙은 안개는 이들의 공간을 휘감은 채 자리하고 있다.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사라지지 않는 안개와 사라질듯 계속 울려 퍼지는 무적 소리 위로 들려오는 이 가족들의 대화는 관객들의 신경을 끊임없이 곤두세우게 한다. 수많은 상처와 갈등으로 얼룩진 가정이라는 공간. 그 실체를 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낸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는 오는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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