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박종원) 연극원의 가을이 공연으로 풍성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연극학교로 한 해 동안 40여 편이 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제작된 작품들은 현재 대학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빨래’ 등이 있다.
연극원은 그동안 시민들을 위해 수준 높은 연극과 뮤지컬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오는 10월도 다양한 소재의 공연들이 무료로 공연될 예정이다. 연극원은 이 공연이 일반 관객에게 폭넓은 문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석연휴가 지난 10월 둘 째 주부터는 특별한 두 공연이 연극원 무대에 오른다.
이제는 아주 먼, 그러나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 뮤지컬 ‘도도와 앨리스’
뮤지컬 ‘도도와 앨리스’는 2009년 연극원 하반기 공연 중 유일한 뮤지컬 작품이다. ‘도도와 앨리스’라는 작품명을 들으면 누구나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꿈과 환상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뮤지컬 ‘도도와 앨리스’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며 전쟁 속에 던져져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들이 외치는 메시지다. 뮤지컬 ‘도도와 앨리스’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토끼, 체셔 고양이는 물론이며 미국의 애니메니션과 영화로 유명한 ‘닌자 거북이’, 한국 전래동화인 ‘별주부전’의 별주부와 용왕이 모여 또 하나의 현실 세계를 구축한다. 모두에게 익숙한 ‘동화’가 해체되고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된다. 모든 캐릭터들과 사건은 ‘전쟁’과 ‘살상’을 반복하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역사를 가볍고 즐겁게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작품의 형식 역시 뮤지컬이라는 용어와 완벽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의 결말이나 클라이막스 부분에 사용되는 합창이 없다. 극의 음악들은 일렉트로닉(electronic)계열 음악이 사용되는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언플러그드(unplugged)로 연주된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음악도 인물도 가볍게 흘러가지만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은 실험적 안무는 극 안의 인물들의 갈등과 고통을 강하게 표현해낸다. 이러한 시각적, 청각적 장치들이 뮤지컬 ‘도도와 앨리스’안에 녹아내려 현존하는 장르들로 구분 지을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공연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도도와 앨리스’는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실험무대에서 공연된다.
모든 소시민들의 고된 삶을 들여다보는 연극 ‘옌볜빠바’
연극 ‘옌볜빠바’는 아서 밀러의 원작 ‘세일즈맨의 죽음’을 연변의 한 보따리장수 가정의 이야기로 번안한 작품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사실주의 작품으로 미국인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은 물론,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극단과 대학에서 공연 된 인기 있는 작품이다. 연극 ‘옌볜빠바’는 한국과 중국의 수교, 그리고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도입으로 인해 자본의 시스템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연변 용정의 어느 보따리장수 가정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로 연변의 연출가 출신 황태동(46)이 연출을 맡아 보다 사실적이고 흥미로운 연변의 사회와 가정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의 연출가 황태동은 “세일즈맨의 죽음이 인기 있는 이유는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나 배경이 어느 사회에서나 적용되는 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번안 작품에서는 이런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의 이야기를 중국연변조선족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꿨다”며 “그 힘든 생활 중 한국을 넘나들며 보따리장사를 20여 년 동안 해온 평범한 아버지의 삶, 그 삶에 대한 욕망과 자식에 대한 기대를 아서 밀러의 도움을 받아 표현했다”고 전했다.
연극 ‘옌볜빠바’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상자무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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