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없는데도 양도성예금증서(CD)의 고시금리가 매일 0.01%포인트씩 오르는 이상한 벌어지고 있는데, 그 결정과정이 주먹구구식이고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담합이나 다른 의혹 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D금리는 가계대출의 60%, 중소기업대출의 40%의 기준금리로 사용되고 있는 등 400조원 대출의 금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11일 금융권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3개월물 CD 고시금리는 2.91%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2월11일 이후 거의 8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CD는 거의 거래되지 않고 있는데도 고시금리는 지난달 28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0.01%포인트씩 9영업일간 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고시금리가 매일 0.01%포인트씩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CD 거래실적 상위 증권사 10곳을 정해 3개월물 고시금리를 협회에 보내오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중 가장 높은 수치와 가장 낮은 수치를 제외한 8개 수치의 평균치를 고시하는 등 나름대로 객관성과 합리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해당 증권사마다 CD금리 입력책임자를 정해두고 있는데, 정 책임자는 부서장급이며 부 책임자는 대체로 과장급"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CD거래가 없는데도 시장분위기 등을 감안해 CD 지표금리를 추정하고 있으며 ▲CD거래를 거의 하지 않는 최하위 직원이 고시금리를 정해 금투협에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금투협에 통보하기 전에 다른 증권사들에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실제 고시금리는 자신들이 보낸 것과 다른 경우가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증권의 CD담당 직원은 "우리 증권사에서는 나 혼자 CD금리를 결정해 금투협에 보낸다"고 말하고 " CD입력은 번거로운 일이어서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가장 직급이 낮은 사원이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우리 증권사는 그나마 CD 거래를 하고 있으니 지표금리 파악이 가능하지만 10개 증권사중 6개증권사가 거의 CD 거래를 하지 않고 있으며 CD 거래 담당자도 별도로 없다"면서 "CD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고시금리를 금투협회에 보내고 있는데, 이는 금리를 왜곡하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B증권사의 담당 직원은 "고시금리를 금투협에 보내기 전에 다른 증권사 2∼3곳에 물어보는데, 다들 보합이라고 해서 보합으로 보냈는데도 고시되는 것은 이상하게도 0.01%포인트 오르곤 했다"면서 "그래서 고시금리는 금투협에서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C증권사의 담당 직원은 "CD금리는 중요한 금리인데,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기준금리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 같다"면서 "밖에서 보기에는 마치 짠 듯이 한동안 안 움직이다 오전에 0.01%포인트씩 오르는 것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할 때 CD금리에다 추가하는 각종 가산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올해 8월 기준 2.97%로 2007년 평균 1.18%의 2.5배로 뛰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가산금리가 최고 6.32%포인트에 달하면서 조달금리인 CD금리의 배를 웃돌고 있다.
가산금리가 치솟는 것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CD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수개월째 동결되자 신규 대출자에게 각종 명목의 가산금리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CD금리의 결정과정도 문제이지만 이 금리에다 가산금리를 많이 붙여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것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