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순위가 학교별로 공개돼 교육업계 안팎에서 '우려했던 결과'라며 고교 서열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순위 자료가 공개됐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표하는 등 무책임함을 보이고 있다.
12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실은 일부 언론을 통해 전국 고교의 지난해 수능성적 원자료 분석해 언어·수리·외국어 등 3개 영역의 1등급 학생 비율 및 평균 점수의 학교별 순위를 공개했다.
교과부가 수능 성적 원자료를 국회의원의 연구목적에 한해 제한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올해 4월 전국 230여개 시·군·구별 수능 성적이 발표된 적은 있었지만 학교별 순위가 나오기는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이다.
교과부는 '학교 줄 세우기' 등 서열화를 우려해 국회의원에 한해 학교명과 같은 서열화 정보를 모두 지운 채 자료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에서 조전혁 의원이 수능 원자료 직접 공개를 요구했고, 조 의원을 포함한 교과위 의원 7명이 CD에 담긴 수능 원자료를 제공받았다.
그리고 한 달 만에 고교 실명이 거론된 서열화 자료가 언론을 통해 배포된 것이다.
양성관 교과부 인재기획분석관은 "우리는 학교명을 지운 채 자료를 제공했으며 학교명은 해당 언론이 확인한 것"이라며 "성적자료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의원들에게 '제공'했을 뿐이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학교 순위로 공개돼 당혹스럽지만 의원들이 자료를 요구하면 사실 거부할 방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고교 서열화 자료는 교육계 안팎에서 대학들의 입시, 그리고 사정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입학사정관제의 경우에 고교등급제가 평가의 요소로 반영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올해부터 실시되는 서울지역의 고교선택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호기심으로 열어본 판도라 상자는 결국 공교육 붕괴라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학교별 성적 유출에 대해 교과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