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설계사의 달콤한 설명을 믿고 보험에 가입했으나 막상 지급때가 되면 보험금을 턱없이 후려치는 보험사 때문에 낭패를 겪은 소비자들이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질병 치료비나 사고를 보상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했지만 지급을 요청하면 전혀 엉뚱한 소리로 지급금액을 턱없이 깎거나 아예 묵살하고 있는 것. 소비자가 항의하면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설계사는 보험사로 책임을 떠넘기도 일쑤다.
책임을 빠져 나가기 위해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험 소비자들은 "보험사들의 이같은 횡포를 막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보사는 2009년 3월 현재 5천418건(생보사 793건 미포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이 가운데 직전 1년간 신규로 소송을 진행한 건이 4천273건, 손보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건은 1천87건(25%)이나 됐다. '양'의 얼굴로 온갖 솔깃한 말을 하며 보험 가입을 유도한 뒤 막상 지급 때가 되면 '늑대'로 돌변한다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도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소비자의 보험금 청구 시 이러저러한 계약상의 하자를 트집 잡거나, 치료비 등 보상금액이 과다하다며 지급을 거부하다 소비자가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 '민사조정, 채무부존재소송' 등을 제기해 금감원의 민원통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비 전액 보상 믿고 수술…40%만 지급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김 모(남.28세) 씨는 2008년 10월 14일 M화재 소속 설계사를 통해 '무배당 NEW라이프케어0808보험'에 가입했다.
그해 12월 19일 김 씨는 회사에서의 건강검진 결과 '당뇨' 판정을 받은 후 이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김 씨는 비만수술로 알려진 '복강경하 루와이 위 우회술'이 당뇨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담당 설계사와 지점에 보험혜택 여부를 문의했고 설계사는 '수술비 등 의료비 전액을 보상해 준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씨가 수술 후 1300만원의 치료비를 보험사에 청구하자 보험사에서는 40%만 지급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치료비 전액을 보장한다’는 설계사의 사실확인서까지 제출했지만 보험사는 오히려 법원에 ‘보험금 520만 1천882원을 지급합니다’라는 조정을 구하는 민사조정신청까지 냈다”며 분개했다.
담당설계사 마 모 씨도 "회사에서 교육받은 대로 얘기했기 때문에 설계사 잘못이 아니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가입자다. 치료비 전액을 회사에서 지급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화재 관계자는 "설계사가 그런 말을 했다면 민사조정에서 가입자가 유리하지 않겠나. 법원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보험사의 태도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일단 법원의 판결 결과를 지켜본 후 추후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일 일찍 사망했으니 원금만 받아라?
부산 연제구 김 모(여.28세)씨 부친은 지난 2007년 7월3일 월 납입 7만9천원의 H생명 보험에 2년 약정으로 가입했다. 부친은 이후 2009년 6월22일 병환으로 사망했다. 2년간 24회 차 보험금을 완납했으나 정확히 2년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10일이 모자란 기간이었다.
가입 당시 보험약관에는 보험납입 후 2년이 지나면 1천만 원의 사망보험금을 받고, 2년 이내에는 기 납입한 보험금만 지급받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부친이 사망해 김 씨가 당시 보험가입을 담당했던 설계사에게 상담하니 24회를 완납했으니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또 자신이 직접 보험금 지급을 신청해 받아주겠다며 관련 서류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보험사로부터 납입보험금 189만원만 지급됐다. 김 씨가 그 이유를 묻자 H생명측은 "설계사가 잘 모르고 한 말이다. 이의가 있으면 담당 설계사한테 직접 따지라"며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김 씨는 금융감독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험사는 계약서 약정을 들어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금융감독원에도 질의한 결과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보험금 청구하자 대뜸 소송 걸어
D화재의 뷰티케어보험에 가입한 서울에 사는 정 모(여) 씨는 2008년 10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국립암센터에서 입원해 수술을 받고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입원실 부족으로 국립암센터와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23일간 입원, 국립암센터에 외래로 항암,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정씨는 보험사에 입원치료비를 청구했으나 D화재는 약관상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입원이 아니고 입원 병원에서는 항암, 방사선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원치료비 230만원 지급을 거부했다.
정 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려 하자 보험사는 법원에 민사조정신청을 하고 '입원비를 일부만 주고 추후에는 입원비를 신청하지 않겠다"는 합의요청서에 서명을 강요하다 불응하자,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다.암 치료에 전념해야 할 환자가 보험사로 인해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