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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인극 페스티벌 개막작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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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인극 페스티벌 개막작 ‘오해’
이해와 오해는 한 끗 차이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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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우소극장에서는 2인극페스티벌(10.7~11.1)이 진행 중이다. ‘창작 2인극 작품전’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번 페스티벌은 3년간의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페스티벌의 첫 장을 연 ‘오해’(최명희작, 동이향연출, 극단 신기루만화경)은 사소한 오해가 일으키는 소통의 단절에 대한 연극이다. 유치원에서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는 주부의 아파트에, 베란다 보수를 하러 온 수리공이 들어오며 연극이 시작된다.

-불안한 여자, 외로운 남자

아파트 안의 주부가 처참히 살해당하기도 하는 흉흉한 시대에, 낮선 수리공의 방문은 여자가 기대한 사건은 아니다. 하나의 아파트에는 안락하고 개인적인 공간을 보장받은 수십개의 가구가 있지만 그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같은 건물에 보금자리를 튼 사이이지만, 막상 건넛방에 사는 이웃과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단절된 개인주의는 서로 간에 커다란 벽을, 커다란 벽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가져다 준다. 때문에 연극의 여자는 따뜻한 자기의 집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만 한다. 그런데 생면부지 낮선 남자의 출입이라니, 달갑지 않다 못해 꺼려지는 것이 당연하다. 여자의 집안에 들어선 남자는 잠시 할말을 잃은 채 집안을 넋 놓고 바라본다. 나중에 고백하는 이야기지만, 너무 따뜻하고 안락한 공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남자는 이 같은 ‘집’을 겪어본 적이 없다. 고독하고 억압받은 어린시절의 상처는 남자를 늘상 얽어매는 굴레 같다. 초면의 여자에게 자신의 개인사를 구구절절 토로할 정도로 이 남자는 외롭다.

-숨막히는 경계의 시간

우연찮게 한 공간에서 만난 두 남녀는 다가감과 물러섬, 사소한 오해와 사소한 이해를 반복하며 극의 공기를 긴장시킨다. 오해의 순간에는 숨막히는 경계의 시간이 이해의 순간에는 따뜻한 완화의 시간이 중첩되고 반복되며 둘은 가까이 또는 멀리에서 서로를 빼곰히 관찰한다. 남자의 작업도구인 망치와 여자의 부엌도구인 칼은 서로에 대한 교묘한 위협이자 자기보호의 도구이다. 그런가 하면, 남자의 ‘화나게 하지마’ ‘참자, 참어’등의 대사는 여자를 위협하는 듯 보이나, 결국은 남자의 유년의 상처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진다. 남자는 극의 첫 장면에서 맛본 아파트의 따스함을 되새기는 듯, 아파트안의 사물들에 관심을 보이며 여자에게 다가 가고자 한다. 백자, 컵, 액자등 관심을 옮겨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여자는 조심스레 경계의 벽을 늦추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차, 쿠키와 같은 작은 호의들을 건넨다.

-오해와 이해의 한 발자국 차이

연극의 왼쪽 구석에 설치된 베란다문은 여자와 남자를 물리적으로 단절시키는 장치이자, 그들의 경계의 벽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들의 최초의 오해는 신경질적으로 베란다문을 잠기며 시작되고, 최후의 이해는 닫힌 베란다문을 조심스레 열며 시작된다. 연극은 이처럼 오해와 이해는 종이의 양면처럼 가까이에 있는 것임을 말한다. 얼마든지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오해를 뒤집어 이해로 바꿀 수가 있다. 수리공과 주부가 그 짧은 순간에 서로에 대해 완벽히 이해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따뜻한 분이시군요’라며 문을 닫고 나가는 수리공의 뒷모습과 혼자 남겨져 안도감과 미안감이 섞인 주부의 오묘한 표정에서 어렵사리 지나간 소통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연극의 결말은 희망적이다. 

[뉴스테이지=강민경 기자,사진_강현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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