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고가의 수입 차량이 갑자기 담벼락으로 돌진해 범퍼와 본네트가 완파되는 사고를 당했으나 회사 측이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로 인정하지 않아 소비자가 발을 굴렀다.
급발진 사고는 현재 그 원인이 명확히 규명돼 있지 않아, 자동차 판매사 측이 차량 기계적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소비자는 심적 스트레스와 금전적 피해 등 이중고에 내몰리게 된다.
다행히 지난 9월30일 서울중앙지법의 민사83단독 송인권 판사가 벤츠 판매사인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급발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원고 조 모(62)씨의 손을 들어줘, 앞으로 급발진에 대한 책임이 일정부분 제조사에게 넘겨질 가능성을 열었다.
서울 노원구의 이 모(여)씨는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인근 정비소에서 세차를 마친 후 황당한 사고를 경험했다.
시동을 켜고 세차장을 나서기 위해 엑셀레이터에 발을 얹는 순간 차량이 순식간에 정비소 담벼락으로 돌진했기 때문.
이 씨는 "차량이 굉음을 내뿜으며 하늘로 붕 뜨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 "담벼락에 부딪치고 나서도 굉음이 그치지 않아 얼른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대피했다"라고 정황을 설명했다.
문제의 차량은 2006년 12월경 6천여만원에 구입한 렉서스 ES350 모델.
사고를 목격한 정비소 직원 김 모(남)씨는 "급발진과 관련한 사고를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적 있어 급발진 낌새를 대충 눈치 챌 수 있다"면서 "굉음소리를 듣고 '시동 꺼라'라고 외치며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는데 차량은 이미 담벼락을 치고 뒤로 1미터 가량 튕겨 나온 상태였다"라고 전해왔다.
이어 "당시 차량과 담벼락과의 거리는 6~7미터 가량으로 엑셀레이터의 반응시간이 필요한 오토차량이 범퍼와 본네트가 다 찌그러질 정도의 속도로 가속 가능한 거리가 아니었다"면서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렉서스를 판매하는 도요타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는 경우에 회사 측은 차량의 기계적 결함을 조사해 원인을 규명한다"면서 "이 씨의 차량을 검사한 결과 별다른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결국 소비자 부주의라는 결론 아니냐? 본네트와 범퍼가 다 깨찌고 운전자의 목숨이 위협받을 정도로 담벼락에 돌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은 술에 취한 초보운전자도 하지 않을 법한 실수일 것"이라며 분개했다.
보험업계의 관계자는 "급발진 사고가 입증이 되지 않을 시 보험처리는 가능하나 나중 할증이 적용 돼 보험수가가 올라가는 부담은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