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보험 가입 시 '고지의무' 의 범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칫 고지의무 위반으로 어렵게 적립한 보험을 해약당할 수 있다.
'입원한 것 외에는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험 상담원의 권유를 믿고 가입했다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을 강제 해약당했다며 소비자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발끈했다.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에 사는 문 모(여․.44세)씨는 2007년 3월 29일 전화 상담을 통해 녹십자생명보험 '무배당 가족사랑종신의료보험3종3형'에 가입했다. 20년 납입에 80세 보장, 100% 환급도 되고 암 진단과 수술비, 성인병 수술비와 입원비 지급 등 혜택이 많은 점에 끌렸다.
문 씨는 매월 9만8천740원의 보험료가 부담이 됐지만 혹시 모를 사고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남편과 자녀도 함께 보험에 가입했다. 이미 다른 보험에도 가입돼 있던 터여서 가입 전 보험 상담원과 수차례 상담을 가졌다.
특히 가입 전 병원 치료 부분에 대해 어디까지 고지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상담원은 '입원한 것 외에는 고지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답했다는 것. 때문에 문 씨는 2004년 등산 도중 발가락을 다쳐 보름동안 통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보험 가입 후 1년 8개월쯤 지난 2008년 11월 문 씨는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 변형)으로 수술 후 입원진료를 받았다. 당연히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라 여겨 수술비와 입원비를 청구했지만 보험금은커녕 '고지의무 위반'으로 강제 해약통지를 받았다. 이유인 즉 문 씨가 2004년 병원진료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
그는 즉각 보험사의 일방적인 해약에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2004년 자신의 병명이 '염좌 건초염 무지외반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 씨는 "2004년 당시 '무지외반증'이 뭔지도 몰랐고 담당주치의도 이를 알려주지 않아 단순히 근육통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상담원이 했던 말을 기억해 내 보험사 측에 상담원과 계약 시 대화내용이 녹음된 녹취파일을 모두 보내줄 요청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일부 파일만 보내줬을 뿐 상담원이 말했던 부분은 빠져 있었다"는 게 문 씨의 주장이다.
문 씨는 보험사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단,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보험계약 청약 관련 음성 녹취 내용을 근거로 "상담원이 장기입원이 아니면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하는 등 고지를 방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녹십자생명보험 보험금 심사파트 관계자도 " 보험 가입 시 녹음된 파일을 들어봤지만 상담원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금융감독원에도 모든 녹취파일을 보내 '이상 없다'고 확인된 사안으로 가입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했기에 절차에 따라 해약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녹취파일 은폐 주장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문 씨가 가입할 당시 남편과 자녀 보험도 함께 가입해 본인 것만 보내드린 것"이라며 "문 씨가 원할 경우 모든 녹취파일을 보내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씨는 "보험사에서 추가로 보낸 녹음파일을 들어봤으나 내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2월 24일부터 3월 4일까지의 녹음파일은 없었다"며 "보험사에서 녹음 파일을 은폐시킨 정황이 드러난만큼 소송을 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