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반도 백두대간을 호령하며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 극동을 주름잡던 '백두산 호랑이'의 국내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호랑이의 종보전을 위해서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러 환경협력회의에서 러시아에 백두산 호랑이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 등 3마리를 기증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9일 밝혔다.
한-러 환경협력회의는 1994년 협력협정이 체결된 이후 격년마다 열리며 차기 회의는 2011년 서울에서 열린다.
회의에 참석한 환경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동물원 등지에서 사육하는 백두산 호랑이 중 기증이 가능한 호랑이를 찾아본 뒤 기증 시기와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려고 야생에서 태어났지만 사육 중인 호랑이나 그 후세대를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백두산 호랑이 기증 요청은 올해 5월 러시아 환경당국 고위 관계자가 방한했을 때 이병욱 환경부 차관의 기증 요청을 러시아 측이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서울대공원에 서식하는 호랑이 20여마리는 모두 미국과 북한산이다. 따라서 근친교배에 따른 유전적 열성화를 막고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성 때문에 백두산 호랑이 도입을 요청했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8월 이르쿠츠크주(州)에서 열린 환경보호ㆍ생태안보 회의에 참석해 "한국측의 요청과 관련해 몇 종(種)의 시베리아 호랑이를 기증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자 의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증받은 백두산 호랑이는 멸종위기종인 호랑이의 서식지와 보전기관인 서울대공원에서 종 복원 등을 위해 보전될 전망이다.
백두산 호랑이는 현재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유일하게 서식하며, 러시아는 2007~2008년 서식지를 국립공원으로 조성해 보호에 힘쓰고 있다.
1940년대에 시베리아 호랑이 개체 수는 단 20~30마리에 불과했으나 이후 사냥금지를 비롯한 끈질긴 노력 끝에 개체 수가 서서히 회복돼 현재 약 500마리가 야생에서, 421마리는 사육 상태에서 살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