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억지소송' 남발하면 큰 코 다친다
상태바
'억지소송' 남발하면 큰 코 다친다
  • 김미경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9.11.09 0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당한 소송으로 상대방에게 정신적 피해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면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나와 '무조건 걸고 보자'는  '소송 만능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최종한 부장판사)는 J창업투자사 등이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송으로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며 허모(50)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변호사 비용 등 총 2억7천7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허씨는 2004년 상호 명의신탁한 주식을 임의로 처분해 손해를 입혔다며 J사 등을 상대로 부산지법에 주식가압류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고 항소도 기각돼 2008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J사 등은 허씨를 상대로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에 응하면서 발생한 비용과 가압류 집행에 따른 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허씨가 자신의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음에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위법하다"며 J사 등의 손을 들어줬다.

민사소송에서 소송비용은 원칙적으로 패소한 쪽이 부담하지만 변호사 비용은 정해진 한도(소가(訴價) 1억원 기준 480만원)만 인정하기 때문에 실제 비용의 극히 일부만 돌려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소송 자체의 위법성을 인정해 승소한 것으로 정해진 소송비용 환급액 외에 실제 지출한 변호사 비용 전부에 가까운 금액(8천600만원)을 추가로 돌려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박원규 판사도 박모(74)씨 등이 물증도 없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해 입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김모(80)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위자료 42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특별조치법에 근거한 박씨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임을 주장하려면 등기의 근거가 된 보증서 등이 허위ㆍ위조라는 충분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함에도 이러한 증거 없이 함부로 소송을 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대법원 판례는 소송을 제기한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하고 제소자가 단지 패소했다는 것만으로 소송 제기를 불법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소자의 주장이 사실적, 법률적 근거가 없고 제소자가 이를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소송을 제기했다고 인정되는 때에만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두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패소자(敗訴者)의 불법행위를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따라 실제 손해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이번에 이런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무분별한 소송에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