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우명환 기자]"분양가를 잔뜩 부풀렸다가 팔리지 않자 바겐세일을 하는 게 명품 아파트를 짓는 회사의 장사 방식입니까?"
고급 주거단지의 랜드마크가 될 명품 아파트 건축을 공언해 온 정몽규(사진)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사업 스타일이 주택시장 관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분양가를 뻥튀기해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자 떨이 수준의 바겐세일에 나서는 코미디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8월 파크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수원 권선동 '아이파크 시티'건설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압구정동 현대, 삼성동 아이파크, 해운대 아이파크 등과 같은 명품 주거단지를 개발하겠다"고 장담했다.
정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고급 아파트를 지향하며 분양가도 놓게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입지와 브랜드, 설계 등이 가격에 못 미쳐 미분양이 발생하면 다시 떨이 수준의 바겐세일에 나서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현대산업개발이 작년 3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1095번지 일대에 분양한 ‘강서 그랜드아이파크’ 미분양 물량 30세대를 분양가대비 10.0~15.8%를 할인했다. 발코니 무료 확장까지 당근으로 내걸었다.
이번 세일로 할인폭이 가장 큰 평형(67평형)의 경우 지방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2억 8000만 원이 떨어졌다. 제값을 주고 분양을 받은 소비자들이 땅을 칠 판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등 메이저 주택업체가 이처럼 입주 전 파격적인 바겐세일을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처음부터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해 할인된 분양가도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같은 지역의 ‘화곡 아이파크’가 3.3㎡당 1075만 원임을 감안하면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넘는 ‘강서 그랜드아이파크’는 10~15% 할인을 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짓는 아파트 가운데서 고분양가가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신규 아파트분양단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과 내년 2월 11일까지 계약분에 한해 양도세가 감면되는 점을 이용해 배짱 분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경기도 수원시의 ‘수원 아이파크시티’는 현재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222-1번지 일대 99만3000㎡ 부지에 6594세대가 지어지며 분양상황을 봐가며 총 3차에 걸쳐 분양을 하게 된다. 아파트, 타운하우스, 주상복합아파트, 단독주택 등 6천594가구와 테마쇼핑몰, 복합상업시설, 공공시설, 학교, 생태공원 등 기반시설이 들어서는 총 사업비 3조원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프로젝트다.
지난 9월 1차 분양분인 1336세대의 평형별 분양가는 3.3㎡당 1230만∼1450만 원이다.
최근 인근에서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인 수원역 센트라우스 아파트 110㎡ 시세가 3.3㎡당 950만 원선이다. 사업지 부근인 권선동의 같은 평형 아파트도 3.3㎡당 875만원에 지나지 않아 3.3㎡당 적게는 300만 원 가까이 분양가가 부풀려져 있다.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서 현재 일반 분양중인 ‘석수 아이파크’ 113.9㎡는 3.3㎡당 분양가는 1151만∼1279만 원으로 인근의 경남아니스빌의 3.3㎡당 시세 970만 원보다 200만∼300만 원 가량이 높다.
◆ 지난 11월 초에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의 경우 재건축 일반물량 114㎡의 분양가격은 3.3㎡당 2500만 원에 이르며, 인근 아파트 3.3㎡당 시세 1355만 원보다 무려 1145만 원이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아파트들이 지어진지 오래됐지만 이 아파트들도 곧 건축이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을 부채질한다는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다.
◆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지난 9월 분양된 ‘별내 아이파크’의 경우 107㎡의 분양가는 기준층 기준으로 3.3㎡당 1430만 원에 달해 주변 아파트 시세의 2배에 이르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 속에 ‘별내 아이파크’는 초기 프리미엄이 3천000만~4천000만 원씩 붙어 분양에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은 분양가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뻥'가격 분양이 다시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파크가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 가격 거품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고분양가는 개별 회사 차원에서도 미분양→떨이세일을 악순환 시켜 브랜드 이미지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