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주장 이종범(37)이 모처럼 통렬한 홈런포를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이종범은 17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현대 유니콘스와 방문경기에서 팀이 3-1로 앞서던 5회 1사에서 상대투수 장원삼이 초구에 던진 시속 142㎞짜리 바깥쪽 직구를 힘껏 밀어쳤다.
타구는 공중으로 높이 뜬 뒤 폴대 근처의 우측담장을 살짝 넘기면서 비거리 100m짜리 홈런으로 기록됐다.
이종범이 올 시즌 터뜨린 시즌 1호 홈런.
지난 해 6월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우완투수 김해님으로부터 시즌 유일한 홈런을 기록한 뒤 무려 11개월 만에 나온 홈런이다.
지난 해 홈런을 19개나 허용했던 2년차 장원삼이 올해 빼앗긴 첫 홈런이기도 했다.
지난 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242, 홈런 1개에 머물렀던 이종범은 올해도 이날까지 0.191(94타수 18안타)로 타격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한국 최고의 타자였던 그도 세월 앞에서는 배트스피드가 줄어들며 힘도 떨어져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공격보다 외야 수비에서 제몫을 해주기를 바라는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따라 올해에는 주로 9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바람의 아들'로 불리던 이종범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그의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우익수인 이종범은 이날 7회 말 1사 후에 현대 4번 타자 클리프 브룸바가 날린 외야 깊숙한 타구를 힘껏 달려가 펜스에 부딪히면서까지 잡아내기도 했다.
좀처럼 보기 드문 홈런에다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폈으니 3중 관중석에는 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이 크게 터졌다.
KIA는 5타수 2안타, 2득점, 2타점으로 맹활약한 이종범을 앞세워 4-3으로 이기면서 2연승을 거뒀다.
서정환 KIA 감독은 이날 미국 프로야구에서 돌아온 `거포' 최희섭(28)을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두산전에 처음으로 선발출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하위 KIA는 이종범을 중심으로 타선의 집중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최희섭까지 가세하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범은 경기 직후 "요즘 타격도 안 좋고 팀도 침체에 빠져 있어 속상했다. 팀의 고참으로 이겨야 하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는 또 "밀어쳐 나온 홈런은 2003-2004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오늘 타격감이 조금 살아났다. 요즘 경기에 나왔다 안 나왔다 하는데 앞으로 매일 선발로 출전해 책임감 있게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