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20일 비교적 속이기 쉬운 노인층을 상대로 전화를 걸어 은행 정보를 알아낸 뒤 돈을 빼가는 전화사기가 미국에서 매년 수백만명을 상대로 이뤄질 정도로 국제적인 범죄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화사기꾼들은 돈을 주고 확보한 전화번호 리스트를 토대로 매일 밤 2차대전 참전용사나 은퇴한 교사 등 수천명의 노인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나 보험사 직원으로 사칭, 서류를 새롭게 고친다는 명목 등으로 현혹해 은행계좌를 파악한 뒤 은행에 수표를 청구해 돈을 털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정보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전화사기범들에게 돈을 받고 노인들의 명단을 팔아 누구라도 전화 사기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되고, 은행은 서명도 없이 제출된 수표를 받고 돈을 내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03년에 미국의 55세 이상 연령층의 11%가 소비자 상대 사기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FBI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6억2천200만달러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68개 회사 및 개인을 적발해 기소나 사업정지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텔레마케팅의 대부분은 합법적으로 상품을 판매하지만 노인층을 상대로 한 사기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관련 당국은 밝히고 있다.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는 '두낫콜'(do not call)에 등록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텔레마케팅을 통한 판매는 작년에 1천770억달러에 달해 이 제도가 시행된 3년 전의 45억달러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성장세가 가능한 것은 노인들 덕분으로, 전문가들은 노인층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배달 서비스에 주로 의존하는 데다가 대인관계의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텔레마케팅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인층이 텔레마케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도 있다.
전화사기로 10만달러 이상을 털린 리처드 거드리(92)씨는 "부인도 9년 전 사망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도 많지 않아 그런 전화를 받는 것이 좋았다"며 "돈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그들이 돈을 훔쳐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