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차정원 기자]보험 설계사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보험에 가입했다가 정작 병에 걸린후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면?
보험사가 설계사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해당 설계사조차 과오를 인정하지 않아 정부에 제기한 민원도 허사가 됐다.
대구시 북리의 양 모(남.32세)씨는 2008년 2월 두 딸 앞으로 ‘무배당 LIG자녀사랑 꼬꼬마 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후 4개월이 지난 6월경 대구경북대학교병원에서 첫째 딸이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딸아이는 심장에 인공 혈관을 이식하는 큰 수술을 해야 했다. 400만원 상당의 수술비가 걱정됐지만 보험 설계사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통보해 양 씨는 바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뒤 설계사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수술 받은)큰 딸은 약관상 해당사항이 없어 보상지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황한 양 씨가 설계사에게 항의하자 “보상과 실수다. 특별약관으로 가입했기 때문에 보상받을 수 있다”고 확언했다. 양 씨는 일이 꼬여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설계사를 믿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며칠 후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양 씨를 좌절케 했다. 믿었던 설계사마저 “알고 보니 해당 사항이 없다. 지금까지 납입한 금액을 돌려줄 테니 보험을 해지하라”고 통보한 것.
양 씨는 뒤늦게 설계사가 계약 시 임의로 피보험자를 둘째딸로 하고 첫째 딸은 확장담보로 가입 시키면서 보상 범위 3가지를 누락시키는 바람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양 씨가 보험사 대구 지사에 억울함을 호소하자 담당자는 설계사의 과실을 인정하고 보상금 지급 및 보험 내용 수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두 달을 기다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어 9월경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출했다. 그러자 감감무소식이던 대구 지사에서 즉시 연락이 와 “추석 후 바로 해결해 주겠다”며 “민원을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양씨는 당일 저녁 민원을 취하했다.
그러나 약속은 또다시 지켜지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양 씨는 1월 초 금감원에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한 달 후인 지난 4일 금감원은 양 씨의 민원과 설계사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아 해결이 어렵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설계사가 본인의 과실을 부인한 것.
보험사도 인정한 부분을 이제와 번복한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했지만 설계사 본인이 인정을 하지 않는 이상 양 씨가 피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재 양 씨는 언제 다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딸에 대한 걱정과 엄청난 병원비 부담까지 떠안게 돼 하루하루를 피 말리는 불안감 속에 지내고 있다.
이에 대해 LIG 관계자는 "양 씨의 계약은 본인의 동의하에 정상적으로 처리 된 것으로 사건 발생 후 계약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상적인 계약에 의해 보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처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금관위의 결정도 이런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양 씨가 주장하는 설계사의 안내미숙, 사실번복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 씨는 "설계사가 부인한 것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설계사와 통화한 내역이 담긴 녹취 파일을 보내왔다.
녹취 파일 속에는 분명 "당연히 되는 줄 알았다", "나도 이런 실수를 처음했다", "(확인안한)당신 잘못도 있고 내 잘못도 있다"라는 설계사의 통화 내용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