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껍데기가 아름답다고 속도 아름답나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날씬한 몸매가 아니라 세상과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거랍니다."
세계적으로 마른 모델에 대한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긴 하지만 국내 패션쇼장은 여전히 빼빼한 몸매의 모델들이 점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반기를 드는 유쾌한 패션쇼가 열려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은 8일 저녁 서울 동대문 서울패션아트홀에서 '2007 빅우먼 패션쇼'를 개최했다.
이 패션쇼는 2005년 첫 선을 보여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통 큰 엄마와 언니 그리고 명랑 딸들의 축제'라는 부제를 내걸고 2년 만에 다시 열린 행사는 이 땅에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고자 했다.
이날 쇼에서는 몸에 대한 차별로 상처를 경험한 '77' 사이즈 이상의 여성 20명이 모델로 나와 보무당당한 '캣워크'를 선보였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들은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였으며, 직업도 학생, 주부, 빅사이즈 쇼핑몰 모델, 댄스스포츠 강사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훈련된 모델이 아닌 까닭에 쇼 첫머리에는 어색한 표정을 짓곤 했지만 차츰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걸음으로 무대를 휘저었다.
여유로운 느낌의 퓨전 국악과 발랄한 팝송이 쇼장에 흐르는 가운데 모델들은 평상복부터 평소엔 감히 입을 엄두를 못냈을 법한 어깨를 과감히 드러낸 드레스, 웨딩드레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옷들을 소화해 내자 쇼장을 가득 메운 400여 관객이 환호로 답했다.
부러질 듯 가는 다리와 허리의 모델이 아니라 넓은 등과 튼튼한 다리. 살이 출렁이기도 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당당한 걸음걸이를 보여준 모델들은 무대 위에서 아름다움으로 빛났다.
지체장애인 신미옥(35)씨는 순백색 드레스를 입고는 휠체어를 밀며 모델로 참여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쇼가 끝난 뒤 "항상 장애인으로서만 시선을 받았는데 당당한 한 여성으로서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미에 대한 통념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빅사이즈 쇼핑몰 모델인 유효정(24)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뚱뚱한 사람들에게 너그럽지 않다는 편견을 갖고 바라봤던 세상을 바로 보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대학생 배유미(21)씨는 "뚱뚱한 사람들이 꼭 살을 빼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뚱뚱한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제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외면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통 큰 여성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는 여성학자 오한숙희와 개그우먼 이영자가 사회를 보아고, 가수 양희은과 안무가 홍영주 등이 축하공연을 곁들였다.
모델들이 입은 옷은 시중에서 좀처럼 구할 수 없는 빅사이즈 옷을 만드는 질경이 우리옷, 아이올라, 뷰티빅, 그여자네집 등이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