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배터리 삽입구 뚜껑이 살짝 부러져 A/S를 받으러 갔더니 소니코리아 측에서 수리비로 5만원 이상을 청구했다는 내용이다.
고작해야 0.2cm밖에 안 되는 플라스틱 부품인데 5만원씩이나 들까는 생각부터 스친다. 아니나 다를까. 소니코리아는 당연한듯 소비자과실이니 규정에 의해 기술비 2만3천원, 부품비 1만원을 요구한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흔한 플라스틱 뚜껑 하나에 3만3천원이라니, 대한민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을 보자. 이같은 사소한 고장 하나에도 정색을 하고 기술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대한민국 정서가 그렇게 빡빡한 규정을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반면 소니코리아 등 글로벌 해외기업은 다르다. A/S 등 모든 과정이 오직 규정대로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한다니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그래서일까. 유독 소니를 포함한 나이키 HP 등 이른바 글로벌 해외 기업들이 소비자 불만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규정만 앞세운다는 제보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쏟아지고 있다.
나이키만 해도 새 신발이 망가져도 A/S나 보상을 거부한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나이키코리아에서는 '소비자과실'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할 뿐이다.
심지어 A/S정책에 대해 공식 이의를 제기해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모든 게 자체 규정에 따른 것이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으니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늬앙스마저 풍긴다.
소비자들이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고르는 이유는 하나다. 브랜드 인지도만큼 그 회사의 품질력과 서비스를 믿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가 선진 기업을 따라가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 잡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지상과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한국 기업 품질력과 서비스는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심지어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삼성이나 LG 등이 그렇다.
이들도 법과 규정을 지킨다는 점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다를 게 없지만 그것에만 매달리는 것도 아니다. 삼성이나 LG 제보건을 다루다 보면 "규정에는 없지만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무상환불 및 교환처리 하기로 했다"는 민원결과를 자주 본다.
대한민국 소비자 정서를 잘 알기에 융통성을 발휘해 소비자 마음을 달래줄 줄 아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때로 고압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규정에만 집착한다.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지화'라는 전략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무리 거대 글로벌 기업이라도 현지시장에 적응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소비자 정책에 '현지화'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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