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이런 경험을 했던 신 씨는 쏟아진 물이 키보드 구석구석으로 빨려들어갔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노트북을 거꾸로 들어 털어낸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약 3시간이 흐른 후 재부팅을 시도한 신 씨는 깜짝 놀랐다. 부팅화면이 뜨던 중 '파직' 소리가 들리더니 전원이 다시 꺼져버린 것.
마침 업무가 급했던 신 씨는 수차례 손을 써봤으나 한 번 꺼진 전원은 다시 켜지지 않았다.
A/S센터에 문의하자 메인보드가 손상됐기 때문에 수리는 안 되고 부품교체만 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문제는 품질보증기간 2년이 지났기 때문에 70만원이 넘는 교체비가 청구된 것.
신 씨는 "아무리 물 한번 쏟았기로서니 200만원 가까이 주고 산 프리미엄급 노트북이 이렇게 쉽게 고장나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해봤으나 고객과실 아니었냐는 A/S센터 담당자의 대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결국 신 씨는 한순간 실수에 거액의 수리비를 청구해야 했다.
신 씨와 같은 피해사례가 심심찮게 접수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즉시 전원차단하고 전문가에게 맡겨야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신 씨처럼 물이나 음료수 등을 쏟고도 눈에 보이는 물기만 제거한 뒤 다시 사용하다가 고장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경우 대수롭지 않게 개인적인 조치를 취한 뒤 전원을 다시 키기보다는 번거롭더라도 확실한 조치를 취한 후 전문가에 문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커피나 물, 음료수 등을 노트북에 쏟았을 경우 아무리 급한 업무가 있더라도 가장 먼저 모든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즉 어댑터를 뽑고 노트북에 전원을 공급하는 내장 배터리를 분리한다. 수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태에서 전기가 통하게 되면 각 부품의 접점에 부식을 일으키면서 전기쇼트를 일으켜 메인보드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노트북을 거꾸로 들고 키보드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수분을 최대한 빼야 한다.
이때 키보드를 분리한 뒤 작업을 하면 좋으나 방법을 모른다면 전원을 다시 켜지 말고 신속하게 A/S센터를 방문한다.
만약 A/S센터가 운영되지 않는 시간이나 휴일일 경우 전원차단 상태에서 물기가 스며든 부분을 헤어드라이어 등으로 최대한 건조시킨 후 A/S센터에 수리를 의뢰해야 한다.
LG전자 가전관계자는 "같은 수분이라도 커피나 과일주스처럼 점도를 갖는 액체의 경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노트북 내부에 잔재물이 남아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다"며 "절대 개인처방을 하지 말고 A/S센터에 접수한 뒤 세척액 등 화학약품으로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사용해야 뒤탈이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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