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송정훈 기자] 공익요원에 의한 성접대 의혹 파문으로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는 한국소비자원(원장 김영신)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조직쇄신을 포함한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 받을 전망이다.
박명희, 이승신 전 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국정감사 준비 중인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원장까지 나서서 이번 사태를 덮으로 했던 점을 들어 소비자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할 계획이다.
특히 개방형 원장공모제를 도입한 뒤 특정 학맥이 잇달아 원장직을 독점하면서 소비자원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사유권력화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은 이승신, 박명희 전 원장과 김영신 원장으로 이어지는 ‘서울대 라인’이 수년간 원장자리를 독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학회가 원장 공모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4년 취임한 이승신 전 원장은 서울대 가정관리학과(1977년졸업) 출신이다. 이어 2007년 9월 취임한 박명희 전 원장은 서울대 가정교육학과(1971년 졸업)를 마쳤다.
김영신 현 원장도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1976년 졸업했다.
김 원장과 이 전 원장은 한국소비자학회 출신으로 이 전 원장은 1998년 제5대 회장을 지냈고, 김 원장은 2000년부터 제6대 회장을 지냈다.
원장 선임과정의 공정성 논란
문제는 단지 특정 학맥이 연속해서 선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원장 공모 단계에 관여한 관계자들이 역대 원장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 선정과정의 공정성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박 전 원장이 선임된 2007년 11대 원장공모심사위원회에는 녹색소비자연대와 한국소비자학회 인사들이 대거 심사위원으로 참여, 원장 선발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한국 소비자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 심사위원 9명 중 녹색소비자연대 소속 2명, 한국소비자학회 출신 2명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소비자원의 내부 관계자는 “특정 학파와 학회, 시민단체가 모여 사실상 같은 편인 박 전 원장을 지명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시민사회단체가 그곳 밖에 없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 "공공기관 사유화 문제 있다"
이같이 한국소비자원의 권력이 특정학맥에 의해 대물림되는 것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는 강도 높은 국정감사를 통해 소비자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할 태세다. 공권력 사유화 문제를 내달 5일 실시되는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파헤칠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이성남 의원 측은 “특정 학파, 일부 인맥이 소비자원의 원장직을 돌아가면서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다른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 등의 여론을 파악한 후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도 “성접대 문제 등을 포함해 소비자원 내부의 권력독점 현상 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특정 학맥의 권력 사유화가 사실이라면 소비자원은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이사철 의원도 “소비자원 국감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피감기관은 물론 여러 채널을 통해 심도 깊은 질의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